휴대폰에 낯선 문자 한 통이 도착합니다. “귀하의 사건을 구공판 처분하였습니다.”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이런 통지를 받고 “구공판이 도대체 뭐지?” 하며 검색창을 열어 보신 분들이 많습니다. 같은 수사 결과라도 검사의 처분에는 구공판·구약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재판으로 가지 않는 불기소처분(혐의없음·기소유예 등)도 있습니다. 오늘은 구공판과 구약식이 무엇인지,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 차근차근 풀어 드리겠습니다. 구공판 구약식 차이.
1. 구공판과 구약식이란? (3분 핵심 정리)
📌 핵심 개념 정리
구공판(求公判): 검사가 “정식 재판(공판)을 열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것.
구약식(求略式): 검사가 “약식절차로 판단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것. 통상 벌금형을 예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구공판은 ‘정식 재판이 열린다’는 뜻이고, 구약식은 ‘서류 심리 중심의 약식절차를 청구했다’는 뜻입니다.
가. 구공판 (정식재판)
구공판은 ‘공판(정식 재판)을 청구한다’는 뜻입니다. 검사가 사건의 성격, 증거, 피의자의 전력 등을 두루 살핀 끝에 정식 재판에서 판단받는 것이 맞다고 보아 공소를 제기하는 방식입니다. 드라마에서 보던 법정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판사·검사·변호인이 한자리에 모여 증거를 따져 보는 그 자리가 바로 구공판 절차입니다.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법정에 출석하고, 사건의 쟁점에 따라 증거 조사와 증인 신문 등을 거치며 유무죄와 양형을 다투게 됩니다.
나. 구약식 (약식명령)
구약식은 ‘약식절차를 청구한다’는 뜻입니다. 검사가 정식 공판을 열지 않고도 처분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약식절차는 통상 서면 심리로 진행되어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법원이 약식절차로 처리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보면 정식 공판으로 넘어갈 수도 있으므로(공판절차 회부), “구약식 = 무조건 벌금 확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 법적 근거
「형사소송법」 제448조에 따르면, 지방법원은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즉 약식절차에서는 징역·금고형은 선고할 수 없고, 벌금·과료·몰수의 범위에서만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2. 일상 비유로 쉽게 이해하기
가.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축구 경기를 떠올려 보세요. 선수가 반칙을 했습니다. 구약식은 심판이 옐로카드를 꺼내는 것에 가깝습니다. “경고는 주지만, 이 정도는 벌금 선에서 정리될 수 있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구공판은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내며 “퇴장! 징계위원회(법원)에서 정식으로 판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일 뿐입니다. 구약식도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엄연한 유죄 확정이어서, 뒤에서 살펴볼 전과·신상정보 등록 등의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나. 문자로 보는 실제 상황
검찰 수사가 끝나면 보통 다음과 같은 문자가 옵니다. 문자 한 줄에 곧바로 마음이 흔들리기보다, 지금 내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수사 단계 대응은 성범죄 경찰조사 대응법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OO지검] 귀하의 사건을 구약식 처분하였습니다.
→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법원이 약식절차로 처리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정식 공판으로 심판할 수 있습니다.
[OO지검] 귀하의 사건을 구공판 처분하였습니다.
→ 정식 재판 절차가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구속영장(구속)은 별도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결정되므로, 구공판 통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구속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3. 오해와 진실 (O/X 퀴즈)
Q1. 구약식(벌금형)을 받으면 전과가 안 남는다? ❌
정답: 아닙니다. 약식명령으로 확정된 벌금형도 ‘형사처벌(유죄 확정)’에 해당하므로 통상 전과로 남습니다. 어떤 정보가 어디까지 조회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범죄경력조회(전과조회) 제도를 미리 정확히 이해해 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기소유예도 ‘전과가 전혀 안 남는다’고만 알고 계시는데, 상황에 따라 실무상 불이익이 문제 되는 경우가 있어 기소유예 전과 여부도 별도로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Q2. 성범죄로 벌금형을 받으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아니다? ❌
정답: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은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벌금형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등록을 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성폭력처벌법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범죄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3항·제5항(청소년성착취물 배포·소지 등)의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등록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벌금형이면 무조건 등록’ 또는 ‘벌금형이면 절대 등록 아님’처럼 단정하기보다, 내 사건이 등록대상 성범죄인지와 단서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제도 전반은 신상정보등록 제도 해설에서, 등록과 공개·고지의 차이는 신상정보등록 vs 공개·고지에서 정리해 보실 수 있습니다.
Q3. 피해자와 합의하면 무조건 구약식으로 처리된다? ❌
정답: 아닙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매우 중요한 양형 요소이지만, 합의했다고 해서 반드시 구약식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범죄는 대부분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또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방식의 합의 시도는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오해 등 또 다른 위험을 만들 수 있어, 성범죄 사건 합의의 안전한 절차를 기준으로 신중하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Q4.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형이 더 무거워진다? ❌
정답: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형종 상향의 금지 등)에 따르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합니다. 즉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벌금형이 징역형으로 바뀌는 식의 불이익은 제한됩니다. 다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금액이 조정될 가능성은 있고, 반대로 다툼이 받아들여져 감경되거나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성범죄에서 실무적 중요성
가. 왜 성범죄는 구공판으로 가는 경우가 많을까?
성범죄는 유형과 사안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실무에서는 구공판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소가 겹칠수록 정식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 법정형에 징역형이 포함된 범죄유형(강제추행, 준강간, 불법촬영 등)
- 증거·피해 정도·재범 위험성 등을 두고 다툼이 큰 사건
-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거나 사회적으로 중대하게 다루어지는 사안
예컨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처럼 비대면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도, 반복성·수위·피해 확산 여부에 따라 공판으로 갈 수 있습니다(관련 쟁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해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나. 예외적으로 구약식이 되는 경우
성범죄라고 해서 항상 구공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구약식이 나오는 경우는 제한적이고, 대체로 다음 요소들이 함께 갖춰질 때입니다.
- 범행 수위가 비교적 낮고 피해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경우(단발성 사안,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사안 등)
-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
- 피해자와의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져 처벌불원 의사가 분명한 경우
다만 합의만으로 자동으로 구약식이 되는 것은 아니며, 법정형 구조와 증거관계에 따라 그 가능성은 크게 달라집니다. 또한 비대면·비접촉 사건이라도 반복성, 표현 수위, 유포·확산 가능성, 피해자 연령 등에 따라 중대하게 평가될 수 있으므로, ‘비대면이면 무조건 가볍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다. 구약식도 결코 가볍지 않다
성범죄로 약식명령(벌금형)이 확정되는 경우에도,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다음과 같은 불이익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항목 | 내용 |
|---|---|
| 전과 기록 | 벌금형도 유죄 확정으로 기록이 남을 수 있음 |
| 신상정보 등록 | 등록대상 성범죄에 해당하고 예외에 걸리지 않으면 등록 대상(벌금형 선고 시 등록기간 10년) |
| 취업 제한 |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이 문제 될 수 있음 |
5. 정식재판청구 제도
가. 약식명령이 억울하다면?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억울하거나, 벌금액이 과도하다고 생각된다면 ‘정식재판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 정식재판청구 핵심 포인트
청구 기간: 약식명령을 고지(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
청구 방법: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
형종 상향 금지: 피고인만 청구한 경우, 약식명령보다 중한 ‘종류’의 형(벌금→징역) 선고는 제한됨
「형사소송법」 제453조에 따르면,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정식재판청구가 어려워지므로, 약식명령문을 받았다면 무엇보다 날짜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나. 정식재판청구 시 유의할 점
- 같은 벌금형 안에서 금액이 상향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 반대로, 유무죄를 다툴 자료가 충분하다면 무죄 판단을 받을 수 있고, 양형 자료가 충분하다면 벌금 감경이나 선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 정식재판은 절차가 길어질 수 있으므로, 사건의 쟁점과 목표(무죄·감경·선고유예·집행유예 등)를 정확히 정리하고, 진실에 부합하는 자료를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핵심 정리
| 구분 | 구공판 (정식재판) | 구약식 (약식명령) |
|---|---|---|
| 의미 | 검사가 정식 재판을 청구 |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 |
| 재판 방식 | 공판기일을 열어 대면 심리 | 서면 심리 중심(다만 공판으로 회부될 수 있음) |
| 피고인 출석 | 통상 출석 필요 | 통상 불필요 |
| 진행 기간 | 수개월 ~ 수년 | 수주 ~ 수개월(공판 회부·정식재판청구 시 길어질 수 있음) |
| 선고 가능 결론 | 법정형에 따라 징역·금고·벌금형, 집행유예·선고유예 등 | 벌금·과료·몰수 |
| 불복 방법 | 항소, 상고 | 정식재판청구(7일 이내) |
✅ 구공판 vs 구약식, 이것만 기억하세요
① 구공판 통지를 받았다면 → 정식 재판 절차가 시작됩니다. 사건 기록과 증거 상황을 정확히 정리하고, 진실에 근거한 자료를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구약식 통지를 받았다면 → 약식명령을 청구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법원이 공판절차로 회부할 수 있고, 확정되면 벌금형도 유죄 확정으로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③ 성범죄는 유형에 따라 구공판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안일한 대응은 금물입니다.
④ 약식명령이 억울하다면 7일 이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량·전과에 미치는 영향은 선고유예 vs 집행유예 차이도 함께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