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렌즈 뒤, 익명의 온라인 공간 속에서 범죄는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형태의 성범죄가 발생하면서, 기존의 법체계만으로는 이를 온전히 다루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성범죄 확산에 경종을 울리며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법률이 바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입니다. 이 법은 단순한 처벌 강화를 넘어, 변화하는 범죄 양상에 대응하고 피해자의 회복을 돕는 사회적 안전망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성폭력처벌법의 A부터 Z까지, 그 개념과 목적부터 구체적인 적용 범위, 피해자 보호 제도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게 해설하고자 합니다.
1. 법률의 개념과 제정 목적
성폭력처벌법은 일반 형법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법입니다. 형법이 모든 범죄를 아우르는 일반적인 규정이라면, 성폭력처벌법은 성범죄라는 특정 분야에 더욱 정교하고 강력한 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법률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법의 모태가 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1994년 1월 5일 처음 제정되었으며, 2010년 4월 15일 현재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전면 개편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후 사회 변화와 새로운 범죄 유형의 등장에 따라 수차례 개정을 거듭해왔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불법 촬영, 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규정들이 지속적으로 보완되었습니다. 2025년 현재, 이 법은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의 핵심 제정 목적
- 성범죄 처벌 강화: 형법상 성범죄보다 법정형을 상향하고, 가중처벌 규정을 두어 범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처벌을 목표로 합니다.
- 피해자 보호 강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뢰관계인 동석, 영상 증언 등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마련합니다.
- 신종 성범죄 대응: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한 촬영,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명확히 합니다.
- 사회적 안전망 구축: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 제도를 통해 잠재적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를 보호하는 데 기여합니다.
2. 주요 적용 범위와 요건
성폭력처벌법은 모든 성범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명시된 특정 유형의 범죄에 한정하여 적용됩니다. 이 법이 규정하는 주요 범죄 유형은 현대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특히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요 적용 대상 범죄는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 유형 | 주요 내용 (성폭력처벌법 규정) | 관련 조항 |
|---|---|---|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하는 행위 | 제10조 |
|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 대중교통, 공연·집회 장소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는 행위 | 제11조 |
|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 |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 탈의실 등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에 불응하는 행위 | 제12조 |
|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 자기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 제13조 |
|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반포 등 | 카메라나 그 밖에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 | 제14조 |
|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하거나,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 | 제14조의2 |
| 촬영물과 편집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 편집물등 또는 복제물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행위 | 제14조의3 |
⚠️ ‘의사에 반하여’의 의미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은 단순히 명시적인 거부 의사가 없었다고 해서 충족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촬영 당시의 상황, 촬영 사실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한 경우 등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될 수 있습니다.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3. 가중 처벌 및 특례 규정
성폭력처벌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특정 상황에서 범죄를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과 일반 형사소송 절차와 다른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성범죄의 재범을 막고, 범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위함입니다.1) 가중 처벌 규정
성폭력처벌법은 특정 유형의 성범죄에 대해 형법보다 무거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특수강도강간 등: 주거침입, 야간주거침입절도, 특수절도 또는 그 미수범이 강간 등의 죄를 범한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특수강도 및 그 미수범이 강간 등의 죄를 범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 특수강간 등: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 준강간의 죄를 범한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같은 방법으로 강제추행,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등 매우 엄하게 처벌합니다. (제4조)
-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4촌 이내의 혈족, 인척 등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강간이나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 가중 처벌합니다. (제5조)
- 장애인에 대한 강간 등: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의 죄를 범한 경우 가중 처벌하여 사회적 약자를 보호합니다. (제6조)
-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등: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의 죄를 범한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등 강력한 처벌과 특례가 적용됩니다. (제7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연계)
- 강간 등 상해·치상, 강간 등 살인·치사: 강간 등으로 인해 개인의 생명·신체을 침해하는 경우 가중 처벌합니다. (제8조, 제9조)
2) 주요 특례 규정
처벌 외에도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여러 특례 규정이 존재합니다.💡 주목해야 할 특례 제도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 제도: 유죄 판결이 확정된 성범죄자는 관할 경찰서에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하며, 범죄의 경중과 재범 위험성에 따라 그 정보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되거나 이웃에게 우편으로 고지될 수 있습니다. 이는 성범죄 예방을 위한 강력한 사회적 장치 중 하나입니다.
4. 피해자 보호와 지원 제도
성폭력처벌법은 가해자 처벌만큼이나 피해자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진술하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신뢰관계인의 동석: 피해자가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변호사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동석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제34조)
- 영상물 촬영 및 보존: 19세 미만 또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피해자의 진술은 영상으로 녹화하여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반복적인 진술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증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제30조)
- 비밀누설 금지: 직무상 성범죄 피해자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은 이를 누설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습니다. 언론 보도 등에서 익명 처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24조)
-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성폭력 피해자는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국가로부터 변호사의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법률 상담, 의견서 제출, 재판 출석 등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합니다. (제27조)
- 각종 지원 기관 연계: 해바라기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전문 기관을 통해 의료, 상담, 법률, 수사 지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여 피해자의 조속한 회복을 돕습니다.
5. 관련 법률 및 유사 개념 비교
성폭력처벌법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관련 법률과의 관계 및 유사 개념과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형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분 | 형법 | 성폭력처벌법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청법) |
|---|---|---|---|
| 성격 | 모든 범죄에 대한 일반적 규정 (일반법) | 성범죄에 대한 특별 규정 (특별법) |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특별 규정 (특별법) |
| 주요 내용 | 강간, 강제추행 등 전통적 성범죄 규정 | 카메라 촬영,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 신종 성범죄 및 가중처벌, 피해자 보호 특례 규정 |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등 특화된 범죄 처벌 및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
| 관계 | 성폭력처벌법에 규정이 없는 경우 형법이 적용됩니다. (특별법 우선의 원칙) | 세 법률 중 아청법이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상 특화) | |
⚠️ ‘성폭력’ vs ‘성희롱’ 개념 구분
일상에서 혼용되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다른 개념입니다. 성폭력은 강간, 강제추행 등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 행위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반면, 성희롱은 주로 직장 내 등에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주로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따라 징계 등 행정적 조치의 대상이 됩니다. 물론, 성희롱의 수위가 높아 강제추행에 이르면 성폭력 범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곧 출판될 예정인 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의 저작물로서, 일체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합니다. 인용시 “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 성범죄 법률/용어 해설집, url : https://성범죄로펌.com/~ , 날짜” 양식을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작권 침해 사례를 copyright@lawlsh.com 으로 제보해 주시면,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하오니, 많은 협조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폭력처벌법은 형법과 어떤 관계인가요?
A.성폭력처벌법은 형법에 대한 ‘특별법’의 지위를 가집니다. 따라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두 법률이 모두 적용될 수 있을 경우,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성폭력처벌법이 먼저 적용됩니다.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되지 않은 부분은 일반법인 형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됩니다.
Q. 디지털 성범죄에는 어떤 유형들이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되어 있나요?
A.대표적으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제14조)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죄'(제13조)가 있습니다. 불법 촬영 및 유포, 온라인상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메시지나 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하며, 최근 개정을 통해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Q. 성범죄 피해자가 되면 어떤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A.성폭력처벌법에 따라 피해자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신뢰관계인 동석, 영상 증언, 신원 및 사생활 비밀보호 등의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또한,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국가가 지원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으며, 해바라기센터 등을 통해 의료·상담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Q. 친고죄가 폐지되었다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과거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였습니다. 하지만 2012년 12월 18일 법률 개정을 거쳐 2013년 6월 19일부터 형법 및 성폭력처벌법의 친고죄 조항이 전면 폐지되었습니다. 이제는 피해자의 고소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하면 수사를 개시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어, 국가가 성범죄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누구나 볼 수 있나요?
A.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의 경중과 재범 위험성에 따라 공개 여부와 범위가 결정됩니다. 법원의 공개 명령이 내려진 경우,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성인 인증을 거친 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종사자는 취업 전 성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