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자녀의 교우 관계는 부모의 시야를 벗어나는 순간,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섭니다. 장난으로 시작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고, ‘성추행’이라는 무거운 이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만약 자녀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면, 부모는 당혹감과 혼란 속에서 길을 잃기 쉽습니다. 이 글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와 형사절차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알아야 할 법적 절차와 실무적 대응 방안을 안내합니다. 감정적인 대응 대신 냉철한 이성으로, 자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을 함께 모색해 보겠습니다.
1. 사건 발생 시 부모가 해야 할 첫 행동
학교나 경찰로부터 자녀가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 대부분의 부모는 극도의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 순간의 초기 대응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정을 추스르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섣부른 판단이나 감정적인 대응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자녀를 다그치거나 비난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사실관계를 최대한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우선은 모든 이야기를 경청하고 기록해두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후에는 섣불리 학교나 피해 학생 측에 연락하여 사과부터 하거나, 반대로 억울함을 강하게 주장하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응은 오히려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성범죄, 학교폭력 및 소년사건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입니다. 법률 전문가는 사건의 경중을 판단하고, 학폭위와 형사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각 단계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초기 대응 핵심 3원칙
- 침착함 유지: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분석합니다.
- 자녀와의 대화: 비난 없이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 전문가 조력: 섣부른 개인적 대응보다 변호사와 먼저 상담하여 법적 검토를 받습니다.
2. 경찰·학교 조사 대응 및 증거 준비
중학생 성추행 사건은 학교폭력 사안임과 동시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 행위이므로, 학교의 조사와 경찰의 수사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두 조사는 목적과 절차, 강제성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학교 조사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되며, 주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위한 사실관계 확인에 중점을 둡니다. 2020년 3월부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 단위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반면 경찰 조사는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근거한 수사 절차로, 범죄 혐의 유무를 밝혀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경찰 조사의 진술은 형사 절차에서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구분 | 학교 조사 (학폭 사안 조사) | 경찰 조사 (형사 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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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 학교전담기구(교사, 교감 등) | 수사관 (경찰) |
목적 | 교육지원청 학폭위 심의를 위한 사실관계 확인 | 범죄 혐의 입증 및 형사처벌 여부 결정 |
진술의 효력 | 학폭위 징계 결정의 근거 | 형사 재판의 증거 (피의자신문조서) |
대응 시 유의사항 |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 객관적 증거 제출 | 진술거부권, 변호인 조력권 등 권리 행사, 신중한 진술 |
⚠️ 증거 준비, 신속한 확보가 중요합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사건 인지 즉시 증거 수집에 나서야 합니다.
- 디지털 증거: 카카오톡 대화, SNS 메시지, 통화 기록 등
- 목격자 진술: 사건을 직접 보거나 들은 친구들의 사실확인서
- CCTV 영상: 사건 발생 장소 주변의 CCTV 영상 확보 (경찰 요청 필요)
- 알리바이 증거: 사건 발생 시각 다른 장소에 있었음을 증명할 자료
3. 합의, 반성문, 정상자료 준비 실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해 학생 측에서는 피해 학생 측과의 ‘합의’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합의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성사될 경우 학폭위 징계 수위를 낮추거나 형사 절차에서 선처를 받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및 피해 회복 노력은 소년보호사건 처리와 양형 결정에 있어 중요한 참작 사유로 고려됩니다. 합의 과정에서는 부모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변호사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정적인 대립을 피하고, 법적으로 효력 있는 합의서를 작성하기 위함입니다. 합의금은 정해진 기준이 없으며, 피해의 정도,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가정 형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합의서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 의사를 명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진심이 담긴 ‘반성문’은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반성문은 단순히 잘못을 시인하는 글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진솔한 다짐을 담아야 합니다. 자녀가 직접 작성하되, 부모와 변호사가 그 내용을 함께 검토하며 진정성이 잘 드러나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정성 있는 반성문 작성 요령
- 구체적인 잘못 인정: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명확하게 기술합니다.
-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 재발 방지 다짐: 추상적인 약속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 계획(예: 상담 치료, 봉사활동 등)을 제시합니다.
- 변명하지 않기: ‘장난이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등의 변명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4. 학폭위 징계와 생활기록부 불이익 최소화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사안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징계)를 결정합니다. 성추행과 같은 성 관련 사안은 일반적으로 중대한 학교폭력으로 간주되어 가벼운 조치로 끝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심의위원회에서 자녀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변론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폭위는 통상 서면 심의와 대면 심의를 병행합니다. 사전에 제출하는 ‘보호자 확인서’와 의견서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와 법리적 주장을 논리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억울한 부분은 증거를 바탕으로 명확히 반박하고,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조치 번호 | 조치 내용 | 생활기록부 기재 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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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 기재 유예 가능 (일정 기간 재발 없을 시 미기재) |
2호 |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 기재 유예 가능 (일정 기간 재발 없을 시 미기재) |
3호 | 학교에서의 봉사 | 기재 유예 가능 (일정 기간 재발 없을 시 미기재) |
4호 | 사회봉사 | 졸업 후 2년간 보존 (심의 후 삭제 가능) |
5호 |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 졸업 후 2년간 보존 (심의 후 삭제 가능) |
6호 | 출석정지 | 졸업 후 2년간 보존 (심의 후 삭제 가능) |
7호 | 학급교체 | 졸업 후 2년간 보존 (심의 후 삭제 가능) |
8호 | 전학 | 졸업 후 2년간 보존 (심의 후 삭제 불가) |
9호 | 퇴학처분 (고등학생만 해당) | 영구 보존 |
5. 심리적 지원과 재발 방지 실천 방안
학폭위와 형사절차를 겪는 과정은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자녀에게도 엄청난 심리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줍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 친구들의 시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 대응만큼이나 자녀에 대한 따뜻한 심리적 지원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녀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잘못을 꾸짖되, 자녀의 인격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네가 실수는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네 곁에 있을 거야”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필요하다면 청소년 상담 전문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가족의 노력
사건의 해결은 징계나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입니다.
- 성인지 감수성 교육: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 평등 및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 자료를 찾아보거나 관련 교육에 참여합니다.
- 역할극 및 대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할극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훈련을 합니다.
-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 찾기: 운동, 취미 활동 등 긍정적인 방법으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온라인 공간에서의 예절과 책임에 대해 명확히 가르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학생 성추행 사건으로 학폭위가 열릴 때 변호사 선임이 꼭 필요한가요?
A.의무는 아니지만, 성추행은 중대 사안으로 분류되어 무거운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호사는 사실관계 정리, 증거 수집, 법리적 주장, 학폭위 절차 대응 등 전문적인 조력을 통해 자녀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과도한 징계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피해 학생 측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합의는 학폭위 징계나 형사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참작 사유 중 하나입니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화해 정도’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상대적으로 무거운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합의가 불가능하더라도 진심 어린 반성문, 공탁, 심리치료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학폭위 조치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무조건 불이익을 받나요?
A.4호 이상의 조치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고입 등 상급학교 진학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4호부터 7호까지의 조치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거나, 졸업 전이라도 심의를 통해 삭제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8호(전학) 조치는 졸업 후에도 삭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초기 대응을 통해 가벼운 조치를 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Q.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아이가 혼자 가도 되나요?
A.절대 안 됩니다.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조사를 받을 때는 반드시 부모 등 신뢰관계인이 동석해야 합니다. 또한, 진술 내용이 형사 절차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가급적 변호인이 동석하여 법적 권리를 보호받고 심리적 안정 속에서 조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자녀가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자녀의 말을 무조건 믿거나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 자녀의 진술을 충분히 듣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CCTV, 카톡 대화, 목격자 진술 등)를 신속하게 확보해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기보다,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의하여 논리적으로 억울한 부분을 소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