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결과가 발생한 뒤에야 처벌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형사법 체계는 일부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결과가 현실화되기 이전 단계에도 개입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 영역에서 그 대표 조항이 바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 ‘예비·음모’ 처벌 규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의 취지와 요건, 적용 범위(제3조~제7조),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 되는 ‘미수(실행의 착수)’와의 경계까지 한 번에 정리해 드립니다.
📌 함께 보면 좋은 내부 글: 성폭력처벌법 체계 해설(전체 구조) / 형법 제305조의3(예비·음모) 해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5조의2(예비, 음모)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본조신설 2020. 5. 19.]
1.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의 입법 취지와 핵심 개념
형법은 원칙적으로 예비·음모를 처벌하지 않고(형법 제28조), 미수범 역시 각칙에서 미수 처벌 규정을 둔 범죄에 한해 처벌됩니다(형법 제29조). 그런데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는 예외적으로,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중대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 실행 전 단계(예비·음모)에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러한 입법은 성폭력 범죄의 특성(피해의 회복 곤란성, 재발 위험,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고려해, 범죄가 현실화되기 전에 위험을 차단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즉, ‘결과 발생 후 처벌’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영역에서, 국가가 일정한 요건 하에 더 이른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조항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 핵심 포인트
제15조의2는 “모든 성범죄”가 아니라, 법이 정한 특정 중대 성범죄(제3조~제7조)에 한해 예비·음모 단계까지 처벌하는 예외 규정입니다.
2. ‘예비’와 ‘음모’의 법률적 의미와 구체적 행위 유형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를 적용하려면, 우선 ‘예비’와 ‘음모’가 무엇인지가 정리되어야 합니다. 두 개념은 모두 실행 전 단계이지만, 판단 포인트가 다릅니다.
가. 예비
예비란 범죄를 실행할 목적 아래, 단순한 생각·계획을 넘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준비행위가 수반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다만, 어떤 준비행위가 언제나 예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전체 정황상 범죄 실행 목적과의 관련성이 분명해야 합니다.
- 실무상 자주 언급되는 범주의 예(일반적 유형):
- 범행에 쓰일 수 있는 물건을 마련하거나 준비하는 행위
- 범행 장소를 물색·답사하는 등 실행을 위한 여건을 갖추는 행위
- 접근·유인 등 실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준비하는 행위
나. 음모
음모는 2인 이상이 특정 범죄를 실행하기로 의사를 합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형식적인 계약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대화·메신저 등 여러 방식으로 실행 의사가 맞물려 공동의 범죄 실행 방향이 형성되었는지가 핵심입니다.
- 실무상 자주 언급되는 범주의 예(일반적 유형):
- 대상·장소·시기 등을 논의하며 역할을 나누는 등 실행 합의를 구체화하는 경우
- 도구·자금 등을 함께 마련하기로 약속하는 경우
- 범행 후 행동(도주·대응 등)에 관해 공동으로 논의하는 경우
⚠️ 핵심 구별 기준
예비는 ‘객관적 준비행위’가 중심이고, 음모는 ‘2인 이상 실행 의사의 합치’가 중심입니다. 따라서 단독 준비는 예비, 공범과 합의는 음모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예비·음모죄가 적용되는 성범죄의 범위와 처벌 수위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는 모든 성범죄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법은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죄로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한정합니다. 이는 예비·음모 단계 처벌이 자칫 과도한 형벌권 확장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적용 범위를 좁혀 균형을 맞추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대상 범죄 | 관련 조항(내부 해설 링크) | 예비·음모 처벌 |
|---|---|---|
| 특수강도강간 등 | 성폭력처벌법 제3조 – 주거침입강간(제3조 제1항) 해설 – 특수강도강간(제3조 제2항) 해설 |
3년 이하의 징역 |
| 특수강간 등 | 성폭력처벌법 제4조 – 제4조(특수강간 등) 해설 |
3년 이하의 징역 |
|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 성폭력처벌법 제5조 – 제5조(친족강간 등) 해설 |
3년 이하의 징역 |
| 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 성폭력처벌법 제6조 – 제6조(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 해설 |
3년 이하의 징역 |
|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 성폭력처벌법 제7조 – 제7조(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해설 |
3년 이하의 징역 |
예비·음모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다만 완성범(기수)의 법정형은 훨씬 무겁습니다. 예컨대 특수강간 등(성폭력처벌법 제4조)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 규정될 정도로 중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실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4. 실행의 착수: ‘미수’와 ‘예비’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
예비·음모와 함께 반드시 정리해야 할 개념이 바로 ‘미수’입니다. 둘 다 범죄가 ‘완성(기수)’되지는 않았지만, 법적 평가는 ‘실행의 착수’가 있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가. 실행의 착수란?
실행의 착수란, 단순 준비 단계를 넘어 범죄 구성요건 실현에 직접 연결되는 행위가 시작된 시점을 말합니다. 실무에서는 행위의 내용, 장소, 대상에 대한 접근 정도, 시간적 근접성, 전체 위험의 현실화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예비 단계는 아직 “간접적·추상적 위험”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미수 단계는 결과 발생에 대한 “직접적·구체적 위험”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계가 어디인지에 따라 적용 죄명과 예상 형량, 방어 전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미수 개념을 더 자세히 보려면: 성폭력처벌법 제15조(미수범) 해설 / 형법 제300조(강간미수) 해설
| 구분 | 예비 | 미수 |
|---|---|---|
| 시기 | 실행의 착수 이전 단계 | 실행의 착수 이후, 범죄 완성 이전 단계 |
| 핵심 | 객관적 준비행위(또는 2인 이상 합의) | 구성요건 실현에 직접 연결되는 행위 개시 |
| 위험성 | 추상적·간접적 위험에 머무는 경우가 많음 | 구체적·직접적 위험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음 |
| 처벌 구조 | 특별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 | 각칙에 미수 처벌 규정이 있는 범죄는 처벌(기수보다 감경 가능) |
실제 사건에서는 “준비행위였다”는 주장과 “이미 실행에 착수했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사 초기부터 사실관계·증거 흐름을 정확히 정리하고, 행위의 단계(예비/미수)를 법리적으로 재구성하는 전략이 핵심이 됩니다.
📎 관련 사례(미수 단계 다툼이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강간미수 2심 무죄 성공사례
5. 실무상 입증의 특수성과 법적 쟁점
예비·음모죄는 “실행 전 단계”를 처벌한다는 특성상, 수사기관이 범죄 실행 목적(주관적 요소)과 준비행위/합의(객관적 요소)의 연결고리를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합니다. 즉, 단편적인 정황만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증거가 서로 맞물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디지털 증거: 메시지, 통화내역, 검색기록, 위치기록 등
- 물적 증거: 준비행위를 뒷받침하는 물건·기록 등
- 인적 증거: 공범 진술, 참고인 진술, 진술의 일관성/변화 등
- 정황 증거: 시간·장소·이동 동선 등 전체 맥락
실무상 핵심 쟁점은 대체로 다음으로 정리됩니다.
- 목적의 특정: 단순한 과장·농담·허풍인지, 실제 실행 의사인지
- 행위 단계: 아직 예비인지, 이미 실행의 착수(미수)인지
- 증거의 적법성·신빙성: 디지털 증거 수집 과정, 진술의 모순 여부 등
- 공범 구조: ‘합의’가 있었는지, 단순 대화인지, 역할 분담이 있었는지
💡 실무상 체크리스트
예비·음모 사건은 ‘말/대화’나 ‘단편 정황’이 과장되어 해석되면서 혐의가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증거의 맥락과 의미를 법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대응이 중요합니다. (구체 사안은 반드시 사건 기록을 토대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더 다양한 실제 종결사례 흐름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결사례 해설 목록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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