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를 보고 있는데, 앵커는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신문을 펼치니, 같은 사건의 죄명이 “강제추행”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 달 뒤 회사 게시판에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징계가 결정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옵니다. 같은 일을 두고 세 가지 다른 이름이 사용되는 셈입니다. 사실 ‘성추행’이라는 단어는 형법책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이지요. 오늘은 일상어 ‘성추행’이 법적으로 어떻게 갈라지고, 강제추행·성희롱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차분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성추행 강제추행 성희롱 차이.
1. ‘성추행’이란? — 3분 핵심 정리
가. 형법에는 ‘성추행’이라는 죄가 없습니다
먼저 조금 놀라실 수도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형법 그 어디에도 ‘성추행’이라는 죄 이름은 없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강제추행죄”, 제299조는 “준강간, 준강제추행죄”라고 적혀 있고, 성폭력처벌법(이하 ‘성폭법’)에는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정작 ‘성추행’이라는 단어는 법전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뉴스, 경찰 조서 초기 진술, 회사 보고서, 일상 대화에서 우리는 가장 많이 ‘성추행’이라는 말을 씁니다. ‘강제추행’은 너무 법률적이고, ‘추행’만 따로 쓰기엔 어색해서, ‘성적인 추행’ = ‘성추행’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표현입니다.
‘성추행’ 실무적 정의
법전에는 없지만 수사·재판 실무와 일상에서 통용되는 말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접촉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포괄적 용어입니다. 구체적인 죄명은 행위의 방법·장소·관계·피해자 연령에 따라 강제추행죄, 준강제추행죄, 공중밀집장소추행, 업무상 위력 추행,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등으로 나뉩니다.
나. 일상 비유로 이해하기 — ‘성추행’은 ‘우산 용어’입니다
대형마트의 ‘식료품 코너’를 떠올려 보세요. 멀리서 보면 그냥 식료품 코너 하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채소, 과일, 정육, 수산물로 더 세세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어떤 칸에서 무엇을 집어 드느냐에 따라 가격도 다르고 영수증에 찍히는 분류도 다릅니다.
‘성추행’도 비슷합니다. 입구에 걸린 큰 간판은 ‘성추행’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공중밀집장소추행, 업무상 위력 추행처럼 ‘추행’ 계열 죄명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는 통신매체이용음란이나 직장 내 성희롱처럼 함께 검토되는 인접 영역도 있습니다. 어디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처벌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다. 법이 말하는 ‘추행’ — 판례가 그어 놓은 경계
법전에 ‘성추행’은 없지만 ‘추행’이라는 단어는 있습니다. 그런데 형법과 성폭법도 ‘추행’을 정면에서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오랜 판례가 그 의미를 다듬어 왔습니다. 대법원은 ‘추행’을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포인트를 짚어드립니다.
- 객관적 일반인의 관점으로 판단합니다.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불쾌감을 명확히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서 추행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고, 반대로 피해자의 주관적 불쾌감만으로 추행이 성립하는 것도 아닙니다. 피해자의 성별·연령, 행위자와의 관계, 장소·시간, 행위의 경위와 전후 정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 같은 어깨 터치라도, 회식 자리에서 상급자가 반복적으로 했다면 추행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 일회적이라면 추행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도 있습니다. 상황이 의미를 결정합니다.
2023년 대법원 판례 변경 — ‘항거곤란’이라는 높은 문턱이 사라졌습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추행’에 더해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요건도 필요한데, 과거 오랫동안 법원은 이 폭행·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해석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폭행) 또는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협박)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로써 종래 ‘기습추행형’과 ‘폭행·협박 선행형’으로 이원적으로 이해해 오던 해석이 재검토되었고, 실무상 ‘항거곤란’이라는 높은 문턱이 강제추행죄에서는 사라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불쾌한 접촉이 곧바로 강제추행이 된다는 뜻은 아니며, 구체적 사안에서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당시 정황, 당사자 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2. 성추행 vs 강제추행 vs 성희롱 — 한눈에 비교
세 단어는 일상에서 거의 섞여 쓰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적용되는 법률과 처리되는 경로가 다릅니다. 특히 ‘성희롱’과 ‘성추행’을 혼동하면 실무상 곤란한 일이 생깁니다.
| 구분 | 성추행 (일상어) | 강제추행 (형법) | 직장 내 성희롱 (남녀고용평등법) |
|---|---|---|---|
| 성격 | 일상 통용 표현 | 형사 죄명 (형법 제298조) | 행정·노동법상 개념 |
| 성립 요건 | 고정된 요건 없음 | 폭행·협박 + 추행 | 지위 이용 또는 업무 관련 + 성적 언동 |
| 신체접촉 필요? | 대체로 신체접촉 전제 | 대체로 신체접촉이 문제되나 종합 판단 | 불필요 (말·문자·시선·행동 포함) |
| 주된 효과 | 없음 (일상어) | 형벌 (벌금·징역, 전과) | 가해자 징계, 사업주 의무 |
가.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표현의 함정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자체가 곧바로 형법상 ‘강제추행’과 같은 죄명은 아닙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등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즉 언어·시선·행동을 모두 포함하며, 신체 접촉이 없어도 성립합니다.
다만 ‘직장 내 성희롱에는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사업주가 직접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사업주가 사후 조사·보호조치 의무나 불리한 조치 금지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가 따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위 태양이 신체접촉·음란물 전송 등으로 나아가면 별도로 강제추행죄나 통신매체이용음란죄(성폭법 제13조), 명예훼손·모욕죄 등이 함께 성립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직장 내 성희롱’은 그 자체가 하나의 죄명이라기보다, 여러 제재가 동시에 작동하는 출발점이라고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나. 같은 행위, 세 갈래 경로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패턴을 정리해 드립니다.
- 반복된 성적 발언과 시선 → ‘직장 내 성희롱’은 성립하지만 강제추행죄는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회식에서 상급자가 팔이나 허리를 잡음 → 직장 내 성희롱이자 강제추행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업무 관련 관계에서 카카오톡으로 성적 사진·메시지를 전송 → 직장 내 성희롱이 문제될 수 있고, 내용·목적·도달 경위에 따라 통신매체이용음란죄도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같은 행위가 형사처벌 + 직장 징계 + 민사 손해배상이라는 세 갈래 경로를 동시에 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회사 내부 조사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고 경찰·검찰 수사가 별도로 진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형사 결과가 나오면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 같은 부수적 결과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3.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적용 법률 — 죄명 지도
‘성추행’이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앞에 다른 수식어가 붙습니다. 직장 성추행, 지하철 성추행, 군대 성추행, 의료진 성추행…. 단순한 수식어처럼 보이지만 각 상황마다 적용되는 조문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자주 다뤄지는 유형부터 살펴봅니다.
가. 직장 내 성추행
회식·출장·업무지시 중에 발생한 신체 접촉은 원칙적으로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로 처리됩니다. 여기에 더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해 보호·감독을 받는 지위가 있고, 가해자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것으로 인정되면 성폭법 제10조 제1항(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함께 검토됩니다. 다만 단순히 상하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정도의 위계·위력이 있었는지, 보호·감독 관계가 성립하는지가 함께 문제됩니다.
나. 공중밀집장소 성추행
지하철·버스·공연장·사람이 밀집한 행사장 등에서 발생한 추행은 성폭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가 적용됩니다. “밀집한 상태” 자체가 성립 요소로 평가되며,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일반 강제추행(10년 이하 징역)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행위 태양이 직접적이고 강한 경우에는 강제추행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무심코 닿은 접촉이 오해로 번지는 사례도 적지 않아, 지하철 공중밀집장소추행 예방수칙을 별도 글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 친족·돌봄·권위 관계의 성추행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 성폭법 제5조 제2항(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이 적용되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이며,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도 포함됩니다. 의료진·교사·종교인·코치 등 ‘돌봄 관계’ 또는 ‘권위 관계’에 있는 사람의 추행은 위력 요소와 결합되는 경우가 많아 성폭법 제10조 검토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라. 술자리·클럽에서의 성추행
피해자가 술로 의식을 잃거나 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이루어진 추행은 형법 제299조 준강제추행이 적용됩니다. 준강제추행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을 말하며, 법정형은 강제추행죄와 같습니다.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와 준강제추행을 둘러싼 다툼이 자주 발생하며, 클럽·헌팅포차에서의 스킨십 주의사항도 미리 짚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마. 군대 내 성추행
군인 등 사이에서 발생한 성추행은 사안에 따라 군형법 제92조의3(강제추행)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2022. 7. 1. 시행)에 따라 평시 성폭력범죄, 군인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군인이 신분 취득 전에 저지른 범죄 등은 1심부터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군대 내 성추행 사건은 적용 법조, 수사 주체, 재판 관할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바. 아동·청소년 대상 성추행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성폭법 제7조 제3항(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이 우선적으로 문제될 수 있고, 피해자가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7조 제3항 등이 검토됩니다. 다만 장애, 위계·위력, 준강제추행, 디지털 성범죄가 결합된 경우에는 별도 조문이 추가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일반 강제추행보다 법정형이 대폭 상향되고 신상정보 등록 기간·취업제한 기간도 길어지는 만큼, 가해자나 피해자가 청소년일 때의 처분과 전과 영향에 대해서는 청소년 성범죄 전과·진학·취업 영향을 함께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사. 한눈에 보는 죄명 지도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한 표로 정리합니다. 각 조문의 법정형은 기본형 수준이고, 실제 양형은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과 감경·가중 사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상황 | 적용 조문 | 법정형 (기본) | 비고 |
|---|---|---|---|
| 일반 강제추행 | 형법 제298조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 가장 기본 조문 |
| 준강제추행 (심신상실·항거불능 이용) | 형법 제299조 | 강제추행죄와 동일 | 음주·약물 상황 다수 |
| 13세 미만 강제추행 | 성폭법 제7조 제3항 | 5년 이상의 유기징역 | 벌금형 없음 |
| 친족관계 강제추행 | 성폭법 제5조 제2항 | 5년 이상 유기징역 | 4촌 이내 + 사실상 친족 포함 |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성폭법 제10조 제1항 |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 보호·감독 관계 + 위계·위력 |
|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 성폭법 제11조 |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 지하철·버스·공연장 등 |
| 통신매체 이용 음란 | 성폭법 제13조 |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 문자·카톡·음란 전송 |
|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 아청법 제7조 제3항 |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000만~3,000만 원 벌금 | 19세 미만 대상 |
| 군인 등 강제추행 | 군형법 제92조의3 | 1년 이상 유기징역 | 평시 성폭력범죄는 원칙적으로 일반 법원 재판권 |
이 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합니다. 같은 ‘성추행’이라도 누가, 어디서, 누구를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 했느냐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지고 법정형도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받고 있는 혐의가 어느 조문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모든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4. 오해와 진실 (O/X 퀴즈)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오해들이 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사건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다섯 가지를 골라 ❌/⭕ 형식으로 짚어 드립니다.
Q1. “장난이었다”고 해명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
정답: 아닙니다.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가 ‘장난’이었는지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장난이었다”는 해명은 양형 판단 단계에서 일부 참작될 수 있을 뿐, 범죄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Q2. “술에 취해 기억이 없으면” 형이 줄어든다? ❌
정답: 아닙니다.
음주가 곧바로 형을 줄여 주는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경우 성폭법 제20조에 따라,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한 때에도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심신상실·심신미약 감경)과 제11조의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음주로 항거불능 상태였다면 ‘준강제추행’이라는 더 무거운 방향으로 사건이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Q3. “손끝이 살짝 닿았을 뿐”이면 추행이 아니다? ❌
정답: 아닙니다.
접촉의 세기만으로 추행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부위·상황·반복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가볍게 닿았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추행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반대로, 접촉 자체는 있었더라도 정황상 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Q4.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거부하지 않으면 동의로 본다? ❌
정답: 아닙니다.
명시적 거부 의사가 없었다는 점만으로 동의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상황상 거부할 수 없었거나, 공적 관계·위계 때문에 즉각 표현하지 못한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요건에서 ‘항거곤란’ 문턱이 사라지면서, ‘저항이 없었으니 동의했다’는 식의 해석은 더욱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졌습니다.
Q5. 합의하면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된다? ❌
정답: 아닙니다.
강제추행죄는 현재 친고죄가 아닙니다. 2013년 형법 개정으로 성범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어 2013. 6. 19.부터 시행되었고, 시행 후 최초로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도 수사와 기소는 진행될 수 있으며, 합의는 양형에 반영되는 요소일 뿐입니다. 합의가 불기소나 선처로 이어지는 경우는 있으나 그것을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며,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시도하는 방식은 오히려 추가 위험을 낳을 수 있습니다(성범죄 합의의 안전한 절차 참고).
5. 실무적 중요성 — 형사·민사·징계의 동시 진행
‘성추행’이라는 한 단어는 실무에서 여러 절차를 동시에 불러옵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피의자 신분으로 형사 절차가 진행되고, 피해자가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회사에 소속된 경우 회사의 내부 징계 절차가 병행됩니다. 공무원·교원·전문직 등 신분이 있는 경우에는 벌금형만으로도 임용결격·당연퇴직·취업제한이 문제될 수 있는지가 현실적으로 큰 쟁점으로 떠오릅니다(다만 실제 효과는 직역별 법령, 죄명, 선고형, 확정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군인이라면 군 내부 징계 절차도 함께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가. 세 절차의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형사·민사·징계는 입증 수준과 판단 기준이 각각 다릅니다.
- 형사: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 가장 엄격
- 민사: 형사재판보다 완화된 증명수준 — 손해 발생, 인과관계, 위법성 등을 별도 판단
- 징계: 각 조직의 규정에 따른 판단
그래서 같은 사건이 형사에서는 무혐의로 종결되어도 민사 손해배상이나 직장 징계는 별도로 인정될 수 있고, 반대로 형사에서는 유죄인데 회사 징계 수위는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 사례도 있습니다.
나. “회사에서 끝났다”는 인식의 위험
이런 구조를 이해하면, “회사에서는 이 정도로 끝났으니 됐다”, “합의했으니 다 끝났다”는 식의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한 절차가 종결되었다고 해서 다른 절차까지 자동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건 초기에 해당 행위가 어느 조문에 포섭될 가능성이 있는지, 어느 절차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지를 짚어 보는 일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6. 정리: 성추행 핵심 포인트
‘성추행’, 이것만 기억하세요
① ‘성추행’은 법전에 없는 일상어입니다. 정식 죄명은 강제추행·준강제추행·공중밀집장소추행 등으로 갈라집니다.
② 같은 행위라도 장소·관계·피해자 연령에 따라 적용 법률과 법정형이 달라집니다.
③ ‘직장 내 성희롱’은 형사 죄명이 아닌 행정 개념이지만, 형사처벌·과태료·민사책임이 함께 따라올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
④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에서 ‘항거곤란’ 문턱이 사라졌습니다.
⑤ ‘성추행’ 사건은 형사·민사·징계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어, 한 절차가 끝났다고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성추행’이라는 죄가 형법에 있나요?
Q. 성추행과 강제추행은 어떻게 다른가요?
Q. 성희롱이면 형사처벌은 받지 않나요?
Q. 어디까지가 법적으로 ‘추행’으로 인정되나요?
Q. 장난이었다고 해명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Q. 직장 내 성추행은 회사 징계와 형사처벌이 동시에 이루어지나요?
Q. 같은 행위인데 왜 어떤 경우는 강제추행, 어떤 경우는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처리되나요?
‘성추행’은 법전에 없는 단어이지만, 그 안에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에서부터 성폭법의 여러 특별 규정, 아청법, 군형법까지 다양한 법률이 촘촘히 얽혀 있습니다. 같은 행위라도 장소·관계·피해자 연령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달라지고, 형사·민사·징계·성희롱조치라는 네 갈래 절차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본인이나 주변에서 ‘성추행’ 사건이 제기되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행위가 어느 조문에 포섭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 보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