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문언은 시대의 가치와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특히 개인의 존엄성과 직결되는 성범죄 관련 법규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2013년, 우리 형법은 중대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유사강간’이라는 개념을 독립된 범죄로 규정한 형법 제297조의2가 신설된 것입니다. 이 조항의 등장은 전통적인 ‘강간’의 개념만으로는 포섭할 수 없었던 심각한 성적 침해 행위를 명확히 범죄로 규정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법적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형법 제297조의2 유사강간죄가 무엇인지, 그 개념과 성립 요건부터 실무상 쟁점까지 종합적으로 해설하여 법률적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1. 유사강간죄의 정의와 입법 배경
형법 제297조의2 유사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 제외)의 내부에 성기를 삽입하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 제외)의 일부 또는 도구를 삽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이 조항은 2012년 12월 18일 형법 개정으로 신설되어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었으며, 기존의 법체계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과거에는 강간죄(성기 간의 결합)에 이르지 않는 구강성교나 항문성교 강요, 도구를 이용한 성기 삽입 등의 행위가 ‘강제추행죄’로 처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은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 수치심이나 신체적 침해의 정도가 강간에 준할 만큼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은 강제추행죄로 의율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즉, 범죄의 중대성과 처벌 수위 간의 불균형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입법 공백을 메우고, 다양한 형태의 심각한 성적 침해 행위를 그 불법성에 상응하게 처벌하기 위해 유사강간죄가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핵심적인 영역을 침해하는 행위라면 그 구체적인 방식과 무관하게 중범죄로 다루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법적으로 명문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97조의2 (유사강간) 법조문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2. 유사강간죄의 성립 요건 심층 분석
유사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를 ‘구성요건’이라고 하며, 크게 행위의 주체, 객체, 행위, 그리고 수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각 요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구성요건 | 상세 설명 | 핵심 포인트 |
---|---|---|
주체 (Subject) |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의미하며, 유사강간죄의 주체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남성, 여성 모두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 성별 무관 |
객체 (Object) | 범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의미하며, 주체와 마찬가지로 남성, 여성 모두 객체가 될 수 있습니다. | 성별 무관 |
행위 (Act) | 법조문에 명시된 구체적인 침해 행위를 말합니다. 다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1.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 제외) 내부에 성기를 삽입하는 행위 2. 성기 또는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 제외) 일부나 도구를 삽입하는 행위 | ‘삽입’ 행위가 필수적 |
수단 (Means) | 범죄 행위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됩니다. |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 |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
유사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가하거나 위협적인 말을 하는 것 이상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요구합니다. 이는 피해자가 저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상태에 이를 정도의 위력 행사를 의미하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삽입’ 행위의 의미
유사강간죄의 핵심은 ‘삽입’입니다. 성기, 신체 일부, 또는 도구가 신체 내부(구강, 항문, 성기 등)로 일부라도 들어가면 범죄가 기수에 이릅니다. 완전한 삽입이나 사정은 필요하지 않으며, 일부만 삽입되어도 기수로 인정됩니다. 미수범은 삽입하려고 시도했으나 전혀 삽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성립합니다. (형법 제300조, 제297조의2)⚠️ 고의성(Intention)의 필요성
모든 구성요건과 더불어, 행위자에게는 자신의 행위가 폭행·협박을 통해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삽입 행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고의)이 있어야 합니다. 과실로 인한 유사강간 행위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3. 강간죄 및 강제추행죄와의 비교와 처벌 수위
유사강간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유사한 성범죄인 강간죄, 강제추행죄와의 차이점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범죄 모두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침해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아래 표는 세 가지 범죄의 핵심적인 차이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구분 | 유사강간죄 (형법 제297조의2) | 강간죄 (형법 제297조) | 강제추행죄 (형법 제298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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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행위 | 신체 내부로의 ‘삽입’ (구강/항문에 성기 삽입, 성기/항문에 신체 일부/도구 삽입) | 성기 간의 ‘삽입’ (여성의 성기에 남성의 성기를 삽입) |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접촉 (삽입 행위 제외) |
폭행/협박 정도 |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 |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 | 반드시 항거 곤란을 요하지 않으며,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로도 인정 가능 |
법정형 (2025년 기준) | 2년 이상의 유기징역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
4. 유사강간죄 관련 주요 판례 및 실무적 쟁점
법조문만으로는 실제 사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을 모두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들을 통해 법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판례를 축적해 나가며, 이는 법률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유사강간죄와 관련하여 실무에서 주로 문제 되는 쟁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쟁점 1: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 판단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의 우위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당시의 상황, 피해자의 심리 상태, 협박의 내용과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위력을 이용하여 부하 직원을 심리적으로 압박한 상황이나,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적인 상황 등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항거 곤란’ 상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쟁점 2: ‘삽입’ 행위의 입증 문제
유사강간죄는 ‘삽입’이 핵심 구성요건이므로, 이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직접적인 증거(DNA 등)가 없는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매우 중요한 증거로 삼습니다. 사건 직후의 피해자 행동, 주변인과의 대화 내용, 의료 기록 등 간접적인 증거들도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판례의 태도: 심리적 저항 불능 상태
대법원은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심리적인 저항까지 완전히 제압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즉, 피해자가 공포심이나 위압감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 원인이 된 유형력의 행사를 폭행·협박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쟁점 3: 동의의 부존재 입증
모든 성범죄의 근본적인 전제는 ‘동의의 부재’입니다. 피고인 측에서는 합의 하에 이루어진 행위였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법원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두 사람의 관계, 행위 전후의 태도 변화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진정한 의미의 동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침묵이나 소극적인 저항이 동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유사강간죄 사건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초기 수사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5. 피해자 보호 제도와 법적 대응 절차
유사강간 피해를 경험했다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국가가 마련한 보호 제도와 법적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요 기관과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초기 대응 및 증거 확보
- 즉시 신고: 안전을 확보한 후 즉시 112에 신고하여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증거 보전: 가능한 한 몸을 씻지 않은 상태로 병원이나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하여 증거를 채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시 입었던 옷이나 관련 물품도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 의료 지원: 신체적 상해 치료와 함께, 성매개 감염병(STD) 검사, 임신 여부 확인 및 응급 피임약 처방 등의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 기관
피해자를 위해 의료, 상담, 법률, 수사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기관들이 있습니다.- 해바라기센터: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기관으로, 365일 24시간 운영됩니다.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지원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지역별 센터 직접 연락 또는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한 연계)
- 성폭력상담소: 전국 각지에 위치하며, 피해자를 위한 심리 상담과 정보 제공, 법적 절차 동행 등의 지원을 제공합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를 위해 무료 법률 상담 및 소송 대리 등의 법률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대표전화: 132)
⚠️ 2차 피해 예방의 중요성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하는 어려움이나 주변의 부적절한 시선 등으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가명 조서 작성, 신뢰 관계인 동석, 비공개 심리 신청 등을 요구하여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습니다.
곧 출판될 예정인 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의 저작물로서, 일체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합니다. 인용시 “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 성범죄 법률/용어 해설집, url : https://성범죄로펌.com/~ , 날짜” 양식을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작권 침해 사례를 copyright@lawlsh.com 으로 제보해 주시면,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하오니, 많은 협조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