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 그 존재의 이유와 핵심 개념
일반적으로 형법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경우(미수)부터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나 일부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하고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그 이전 단계인 ‘예비’ 또는 ‘음모’ 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는 바로 이러한 예외 규정 중 하나로, 특정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예비하거나 음모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범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습니다. 이 조항이 마련된 배경에는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는 한번 발생하면 관련 당사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사후적인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하에, 제15조의2는 범죄가 실행되기 전, 즉 계획과 준비 단계에서부터 국가 형벌권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이는 ‘예방적 형사정책’의 관점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핵심 포인트: 예방적 사법의 실현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는 범죄 실행 이전 단계인 예비·음모를 처벌함으로써, 범죄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사전 예방’에 목적을 둡니다. 이는 범죄에 대한 대응 패러다임을 사후 처리에서 사전 차단으로 전환시키는 법적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예비’와 ‘음모’의 법률적 의미와 구체적 행위 유형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비’와 ‘음모’라는 법률 용어의 의미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 두 개념은 범죄 실행을 위한 준비 단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행위의 양상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예비
‘예비’란 특정 범죄를 실행할 목적으로 행하는 외부적인 준비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머릿속으로 범죄를 구상하는 단계를 넘어, 범죄 실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준비 행위가 있어야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단순한 범죄의 의사 또는 계획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보아 범죄의 실현에 대한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 행위 예시:
- 범행에 사용할 흉기, 밧줄, 약물 등을 구입하거나 준비하는 행위
- 피해자의 주거지나 동선을 미리 답사하고 침입 경로를 확보하는 행위
-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한 가짜 신분증이나 차량을 준비하는 행위
-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CCTV 위치를 파악하거나 훼손을 시도하는 행위
음모
‘음모’란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 범죄를 실행할 것을 합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인 계약 형태일 필요는 없으며, 상호 간에 범죄 실행에 대한 의사가 소통되고 공동의 목표가 형성되었다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즉, 범죄 실행에 대한 의사의 결합이 음모의 핵심입니다.- 구체적 행위 예시:
- 특정인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기로 역할을 분담하고 계획을 논의하는 행위 (예: 메신저 대화, 전화 통화)
- 범행 자금이나 도구를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약속하는 행위
- 범행 후 도주 경로 및 증거 인멸 방법을 함께 모의하는 행위
⚠️ 핵심 구별 기준
예비는 행위자의 ‘외부적 준비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음모는 ‘2인 이상의 의사 합치’에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단독으로 범행을 준비했다면 예비죄가 문제 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범행을 계획했다면 음모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예비·음모죄가 적용되는 성범죄의 범위와 처벌 수위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는 모든 성범죄에 대해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그 위험성과 중대성이 특히 크다고 판단되는 특정 성폭력 범죄에 한정하여 이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 범위를 명확히 하고, 과도한 형벌권의 확장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제15조의2에 따르면 예비·음모죄가 적용되는 대상 범죄는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범죄로,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 범죄 | 관련 조항 | 예비·음모 처벌 |
|---|---|---|
| 특수강도강간 등 | 성폭력처벌법 제3조 | 3년 이하의 징역 |
| 특수강간 등 | 성폭력처벌법 제4조 | 3년 이하의 징역 |
|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 성폭력처벌법 제5조 | 3년 이하의 징역 |
| 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 성폭력처벌법 제6조 | 3년 이하의 징역 |
|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 성폭력처벌법 제7조 | 3년 이하의 징역 |
4. 실행의 착수: ‘미수’와 ‘예비’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
예비·음모죄를 논할 때 반드시 함께 이해해야 할 개념이 바로 ‘미수’입니다. 예비와 미수는 모두 범죄가 최종적으로 완성(기수)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형법상 처벌의 강도와 법적 평가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실행의 착수’ 여부입니다.실행의 착수란?
‘실행의 착수’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개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범죄의 결과 발생에 대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를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판례는 ‘범죄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실현하는 행위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범죄의 예비행위에 불과한 것을 넘어 구성요건의 실현에 이르는 현실적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를 개시’하는 때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간죄의 경우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여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를 시작했을 때 ‘실행의 착수’가 인정됩니다. 단순히 피해자의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단계는 ‘예비’에 해당하지만, 문을 강제로 열고 침입하여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면 ‘미수’가 될 수 있습니다.| 구분 | 예비 | 미수 |
|---|---|---|
| 시기 | 실행의 착수 이전 단계 | 실행의 착수 이후, 범죄 완성 이전 단계 |
| 핵심 행위 | 범죄 실행을 위한 외부적 준비 행위 | 구성요건 실현을 위한 직접적 행위 개시 |
| 위험성 | 추상적·간접적 위험 | 구체적·직접적 위험 |
| 처벌 원칙 | 예외적으로 법률에 특별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 | 원칙적으로 처벌 (형의 감경 가능) |
5. 실무상 입증의 어려움과 법적 쟁점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는 실무적으로 ‘입증의 어려움’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예비·음모는 범죄 실행 이전의 단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행위자의 ‘범죄 실행 목적’과 ‘준비 행위’ 사이의 관련성을 객관적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은 피고인의 주관적 의도인 ‘목적’을 입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객관적인 증거들을 확보해야 합니다.- 디지털 증거: 범행 계획과 관련된 인터넷 검색 기록, 메신저 대화 내용, SNS 게시물 등
- 물적 증거: 범행을 위해 준비한 흉기, 약물, 결박 도구 등
- 인적 증거: 공범의 진술, 목격자의 증언, 피고인의 자백 등
- 정황 증거: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한 기록,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한 CCTV 영상 등
💡 실무상 고려사항
입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2는 그 존재만으로도 강력한 범죄 억제 효과를 가집니다. 잠재적 가해자에게 범죄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부터 발각되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제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수사기관이 개입하여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하고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사회적 가치와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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