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보낸 카카오톡 한 통. 그러나 성범죄 사건에서는 그 메시지가 사과가 아니라 ‘접근·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추가 혐의로 번지거나 구속 필요성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합의는 양형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방식이 틀리면 오히려 사건을 악화시키는 방아쇠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직접 연락이 왜 위험한지, 그리고 합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실무 기준의 행동 지침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성범죄 합의 안내: 성범죄 피해회복·합의 지원센터]
🚨 긴급 대응 매뉴얼 | 합의 시도 전 절대 금지 행동
- ❌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카톡·문자 보내기
- ❌ 피해자 집·직장 찾아가기
- ❌ 가족·지인 통해 연락처 알아내기
- ❌ SNS로 메시지 보내거나 팔로우하기
※ 위 행동은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행위”로 평가될 수 있으며, 지속적 또는 반복되면 “스토킹범죄”로 추가 입건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 보호조치·구속 필요성 판단에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1. 긴급 대응 매뉴얼: 합의 전 반드시 확인하세요
가. 성범죄 합의, 왜 중요한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형량을 정하는 것)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됩니다. 합의가 성사되면 피해 회복이 일정 부분 이루어졌고, 피의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합의가 곧바로 “처벌을 없애는 수단”은 아닙니다.
현행 성범죄 법률 체계(형법·성폭력처벌법·아청법·스토킹 관련 법률 등)에서는, 대부분의 성범죄가 친고죄·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다음 한계를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 피해자와 합의해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 진행됩니다. (일부 예외적 죄명은 별도 검토 필요)
- 합의는 처벌 자체를 “면제”하는 장치가 아니라, 처벌 수위를 낮추는 “양형 참작 사유”로 기능합니다.
- 범행의 경중·정황에 따라, 합의가 있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강간·강제추행 등 기본 범주는 형법 제32장(강간과 추행의 죄)를 토대로 하고, 유형에 따라 성폭력처벌법의 특례·가중 규정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나. 합의를 서두르다 저지르는 치명적 실수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많은 분들이 조급해집니다. “빨리 사과하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며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합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 실수의 결과
수사관 몰래 번호를 알아내 전화하거나, 피해자 집 앞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하려는 행동. 이는 회유·압박(2차 가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증거인멸 시도 또는 위해 우려로 의심할 정황이 됩니다.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라, 방어 전략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행위입니다.
2. 왜 직접 연락이 ‘2차 가해’가 되는가
가. 피해자 입장에서 보는 가해자의 연락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오.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자의 목소리, 문자, 심지어 이름만 보아도 극심한 공포와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과”라 해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연락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직접 연락을 다음과 같은 정황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2차 가해 가능성: 피해자의 고통을 다시 자극하고 생활의 평온을 침해
- 회유·압박의 의심: 진술 번복을 유도하려는 시도로 오해
- 반성의 진정성 훼손: 피해자 보호를 우선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불리하게 평가
나. 법적으로 문제되는 구체적 행위
직접 연락(전화·문자·SNS 등)이나 찾아가기, 제3자를 통한 전달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경우 “스토킹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스토킹처벌법 제2조). 그리고 이러한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되면 “스토킹범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는 처벌 규정뿐 아니라,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 보호 체계와 맞물려 매우 빠르게 작동합니다.
| 금지·주의 행위(예시) | 관련 규정(참고) | 처벌 가능성 |
|---|---|---|
| 상대방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가목 | 지속적·반복적 스토킹행위로 “스토킹범죄” 성립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 주거, 직장 등 근처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나목 | |
| 전화·문자·SNS 등으로 연락하는 행위 |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 | |
| 제3자를 통해 물건·글·말 등을 전달하는 행위 |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라목 |
특히 “제3자를 통한 연락”은 선의의 사과가 아니라 우회적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실무상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3. 직접 연락 시 추가로 문제되는 범죄·조치들
가. 스토킹 혐의로의 확대(추가 입건 가능성)
성범죄 혐의로 수사받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찾아가면, 사안에 따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원래 사건과 별개로 새로운 혐의가 더해지는 구조입니다.
- 스토킹범죄 처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지속적·반복적 스토킹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스토킹처벌법 제18조)
-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나.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 위반 리스크
피해자 보호를 위해 긴급하게는 긴급응급조치가, 그 이후에는 법원을 통해 “잠정조치(접근금지 등)”가 내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가 있는 상태에서 연락·접근을 하면,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 피해자 또는 가족의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 전화, 문자, SNS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스토킹처벌법 제20조)
다. 구속·보석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
피해자에게 연락한 사실은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 또는 “회유·압박 시도”로 해석될 수 있어, 수사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 판단에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보석 취소 사유 (형사소송법 제102조 제2항 제4호)
이미 보석(또는 구속 집행정지) 상태라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보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락 과정에서 휴대전화 포렌식, 메신저 대화, 통화내역 등이 증거로 정리될 수 있으므로, 핸드폰 압수수색이 성범죄 수사에서 갖는 의미도 함께 이해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라. 합의 강요죄(아동·청소년 피해 사건)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별도의 가중 처벌 규정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청법 제16조: “폭행이나 협박으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피해자 또는 보호자를 상대로 합의를 강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직접 찾아가서 합의를 요구하는 행위는 사안에 따라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별도의 중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찾아가서 설득” 같은 방식은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4. 올바른 합의 절차 (Step-by-Step)
그렇다면 합의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요?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피의자가 직접 ‘연락’하지 않고, 적법한 창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Step 1. 변호사 선임 및 소통 창구 일원화
성범죄 사건은 초기 대응이 승부를 가릅니다. 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처음의 실수(직접 연락·증거 훼손·섣부른 진술)가 이후 절차에서 반복적으로 불리한 정황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고, 소통 창구를 변호사로 일원화합니다.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경로를 원천 차단하는 것입니다.
Step 2. 수사기관을 통한 “합의 의사” 전달(연락처 요구 금지)
변호사가 선임되기 전이라면, 수사관에게 “연락처를 달라”가 아니라 “합의 의사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 수사관에게 전할 말(예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합의 의사가 있습니다. 피해자께서 원치 않으시면 저는 직접 연락하지 않겠습니다. 제 의사만 전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수사기관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해 주거나, 필요한 경우 피해자 측 대리인 절차를 안내합니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Step 3. 변호사를 통한 정식 합의 제안(피해자 측 대리인 경유)
피해자가 직접 소통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변호사는 피해자 측 국선변호사 또는 사선 대리인과의 공식 경로를 통해 합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습니다. 사건 유형이 오픈채팅 만남 등 메신저 기반 사건이라면, 대화 맥락이 오해 없이 정리되도록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피해자 측 대리인에게 공식적으로 합의 의사 전달
-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거절 시 추가 접촉 금지)
- 합의금 액수·지급 방식·재발방지 약속 등을 합리적으로 조율
- 필요한 경우 디지털 증거를 정리하고 사실관계를 입증(예: 데이터복구·디지털포렌식의 실무)
Step 4. 합의서 작성 및 처벌불원서 제출
합의가 성사되면, 법적 효력을 갖춘 합의서를 작성합니다. 합의서에는 통상 다음 내용이 포함됩니다.
- 합의금 액수 및 지급 방법
- 향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
- 접근금지, 비밀유지 조항(피해자 보호)
- 처벌불원 의사 표시: 다만 모든 죄명에서 공소취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실무상 “양형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서류들은 재판부에 제출되어 양형 판단에서 강력한 참작 자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Step 5. 합의가 끝내 불성립되면: 공탁 등 대안 검토
피해자가 끝까지 합의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무리한 접촉을 시도하기보다, 변호사와 상의하여 형사 공탁 등 가능한 절차를 검토합니다. 공탁은 “피해 회복을 위해 실질적 노력을 했다”는 사정을 남길 수 있지만, 사건과 시기, 재판부 판단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 검토가 필수입니다. (참고: 실제 사건에서도 형사조정·합의 절차를 적법하게 밟아 좋은 결과로 이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불법촬영 기소유예(형사조정 합의) 사례)
5. Do’s & Don’ts 체크리스트
| ✅ Do’s (해야 할 것) | ❌ Don’ts (하지 말아야 할 것) |
|---|---|
| 성범죄 전문 변호사와 조기 상담 |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문자·카톡 |
| 모든 소통 창구를 변호사(또는 수사기관)로 일원화 | 피해자 집·직장 찾아가기 |
| 수사관을 통해 합의 “의사”만 전달 | 가족·지인 통해 연락처 알아내기 |
| 변호사 조언에 따라 반성문·재발방지 계획 준비 | SNS로 메시지 보내거나 팔로우 |
| 피해자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 | 편지, 선물 등 직접 전달 |
| 합의가 어렵다면 공탁 등 대안 검토 | “오해”라고 변명하는 연락 |
💡 이승혜 변호사의 조언
“합의는 타이밍과 방식이 생명입니다. 섣부른 직접 연락은 사건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마음을 여는 것은 ‘설득 메시지’가 아니라,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는 정중하고 안전한 절차입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능한 빠르게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