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SE FILE : 게임 통매음 무죄 판결 총정리 (수행사례 아님)
게임 통매음 무죄 판결 /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적 목적’ 판단 기준
⚖️ 의미: 게임 중 패드립(성적 욕설)이라도, ‘분노 표출’이 주된 목적이면 통매음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밤 11시. 컴퓨터 앞에 앉아 리그 오브 레전드(LoL) 랭크 게임을 돌리는 중입니다. 같은 팀원이 3번째 솔로킬을 당했습니다. 채팅창에 손이 갑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쳤습니다. 패드립, 그것도 상대방 어머니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극단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일주일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죄명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일명 통매음입니다.
“게임하다 욕한 건데, 그게 성범죄라고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반문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죄가 나올 수도 있지만, 유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갈림길이 어디인지, 대법원 판결들을 통해 정확하게 짚어 드리겠습니다.
1. 사건의 재구성: 그날 밤, 소환사의 협곡에서
2021년 3월 어느 밤, A씨는 리그 오브 레전드 랭크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팀으로 매칭된 B씨가 반복적으로 실수를 했고, A씨를 비롯한 팀원들이 B씨에게 “네가 게임 망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말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A씨는 채팅창에 B씨의 어머니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송했습니다. 이른바 ‘패드립’입니다. A씨와 B씨는 서로의 성별조차 모르는 완전한 타인이었습니다.
B씨는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고, A씨를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의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의 성별조차 모르는 사이에서 게임 중 말다툼을 한 것이다. 피고인의 주된 목적은 분노 표출이었을 뿐,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성적 욕망이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 원심 파기환송 (무죄 취지)
2. 통매음이란 무엇인가
가. 법조문 살펴보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나. 핵심 포인트: ‘성적 목적’이 있어야 성립
통매음은 ‘목적범’입니다.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검사가 “이 사람은 성적인 목적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라고 증명해야 유죄가 됩니다. 이 ‘성적 목적’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게임 통매음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다. 통매음의 처벌 범위
통매음은 성범죄입니다. 벌금형이라도 성범죄 전과가 남으며, 다음과 같은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 형사처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 취업 제한: 유죄 확정 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일정 기간 취업이 제한될 수 있음
- 공무원·교직원: 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 시 국가공무원법상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여 당연퇴직될 수 있음 (결격기간 3년)
3. ‘성적 욕망’의 기준을 세운 판결: 대법원 2018도9775 판결(유죄취지)
게임 통매음 사건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9775 판결을 알아야 합니다. 이 판결이 ‘성적 목적’의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화했기 때문입니다.
가. 2018도9775 사건의 실제 사실관계
많은 분들이 이 판결을 ‘게임 통매음 무죄 판결’로 알고 계시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이 사건의 실제 내용은 이렇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전(前) 연인 관계였습니다. 관계가 정리된 후,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격분한 피고인은 한 달여간 20여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성기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문자메시지를 반복 전송했습니다.
항소심(2심)은 이를 ‘화가 나서 한 것이지 성적 목적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무죄를 뒤집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법원 2018도9775 판결 요지
① ‘성적 욕망’의 범위: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
② 분노감과의 결합: “이러한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③ 판단 기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수단과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판결 이후, ‘성적 욕망’의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직접적인 성적 만족이 아니더라도, 상대를 성적으로 모욕하여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으면 통매음이 성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 판결을 계기로, 게임 채팅에서의 성적 욕설도 통매음으로 기소되는 사건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4. 게임 통매음에서 무죄가 나온 판결들
2018도9775 판결이 ‘성적 목적’의 문을 넓혔지만, 법원은 이를 게임 상황에 무조건 적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게임 특유의 맥락을 고려하여 무죄 판결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가.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3416: 게임 통매음 무죄 확정
피고인이 온라인 게임 중 상대방에게 성적 욕설이 포함된 메시지를 전송한 사건입니다. 1심부터 무죄가 선고되었고, 검사가 항소·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2018도9775의 ‘성적 목적’ 기준을 인용하면서도, 게임 중 다툼 과정에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성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성적 욕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나.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도14887: 롤(LoL) 패드립 무죄 확정
피고인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같은 팀원인 피해자에게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성적 비하 표현(패드립)을 전송했습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습니다.
- 해당 글은 피해자 본인을 직접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라, 피해자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성적 비속어임
- 2018도9775 사건과 비교하면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경위 등에 차이가 있어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음
- 게임 다툼 과정에서의 분노 표출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봄이 타당함
다. 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3도7199 판결: 롤 패드립 무죄 취지 파기환송
가장 최근 판결입니다. 앞서 ‘사건의 재구성’에서 소개한 A씨의 사건입니다. A씨는 2021년 LoL 게임 중 B씨의 어머니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송했고, 1·2심 모두 유죄(벌금 500만 원)가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A씨와 B씨는 서로의 성별조차 모르는 사이였음
- 게임 중 B씨의 실력을 탓하면서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전송된 것임
-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뿐,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기 어려움
즉, 대법원은 같은 ‘성적 표현’이라도 그것이 사용된 맥락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 주의: “무죄 판결이 있으니 마음대로 욕해도 된다”?
절대 아닙니다.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이 같은 시기(2024년 11~12월)에 선고한 게임 통매음 관련 사건 5건 중 무죄 취지는 1건뿐이었고, 나머지 4건은 유죄를 확정하거나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실제로 같은 날(2024. 11. 28.) 선고된 2022도10688 판결에서는 유사한 게임 패드립 사안임에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
그렇다면 같은 ‘게임 패드립’인데, 왜 어떤 경우에는 무죄이고 어떤 경우에는 유죄일까요? 대법원 판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결론을 가릅니다.
| 판단 요소 | 무죄에 가까운 경우 | 유죄에 가까운 경우 |
|---|---|---|
| 피해자 성별 인식 | 상대 성별을 몰랐음 | 상대가 여성(또는 이성)임을 인식 |
| 표현의 대상 | 상대 부모 대상 패드립 | 상대 본인을 직접 성적으로 비하 |
| 발언 경위 | 게임 실력 다툼 중 우발적 발언 | 성별 확인 후 일방적 성적 메시지 |
| 발언 횟수·지속성 | 짧은 시간 내 단발성 | 장기간·반복적으로 전송 |
| 선행 관계 | 일면식 없는 완전한 타인 | 과거 연인 등 관계가 있었음 |
가. 무죄가 인정된 사건들의 공통점
- 일면식 없는 관계: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성별조차 모르는 상태
- 서로의 성별, 나이, 외모 등 어떤 정보도 없는 익명 상태
- 게임 매칭을 통해 우연히 한 팀이 된 관계
- 분노 유발 경위: 게임 중 다툼, 상대의 도발 등이 선행
- 상대가 먼저 게임을 망치거나,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여 분노를 유발
- 쌍방 간 언쟁이 오가는 과정에서 발생
- 표현의 간접성: 상대 본인이 아닌 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간접적 비하
- ‘패드립’의 형태, 즉 상대방 부모에 대한 성적 비속어
- 상대방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성행위를 제안하는 것과 구분
나. 유죄가 인정된 사건들의 공통점
- 피해자가 여성(이성)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성적 메시지를 전송한 경우
- 다툼과 관계없이 대뜸 성적인 대화를 시도한 경우
- 상대방 본인을 직접 대상으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구체적으로 성적 비하한 경우
- 상대가 중지를 요청했음에도 계속 전송한 경우
6. 이승혜 변호사의 판례 총평
통매음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게임하다 화가 나서 욕한 것뿐”이라고 하십니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판례들이 보여주듯, 같은 ‘패드립’이라도 맥락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갈립니다.
가. 핵심은 ‘전체적인 맥락(Context)’
대법원은 단순히 ‘성적 표현을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왜,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상대로 그런 표현을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다음 네 가지입니다.
-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일면식이 있었는지, 상대 성별을 알았는지
- 행위의 동기와 경위: 게임 다툼 중이었는지, 아니면 무맥락적이었는지
- 행위의 내용과 태양: 간접적 패드립인지, 직접적 성적 묘사인지
-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미성년자인지, 성인인지
나.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통매음 사건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찰서에서 “화나서 한 욕인데요?”라고만 말하면, 그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항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 채팅 로그 전체를 확보하여, 해당 발언이 다툼의 흐름 속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
- 상대의 성별, 나이 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명확히 진술
- 해당 표현이 성적 만족이 아닌 분노 표출에서 비롯되었음을 법리적으로 주장
- 2022도3416, 2022도14887 등 무죄 판례를 근거로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
이러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무혐의) 결정을 받거나,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 이 판결이 말하는 것
이 판결들은 “게임에서 욕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성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성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한국어 욕설에는 성적 표현이 포함된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 모든 경우에 통매음을 적용하면, 수사 실무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깁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성적 목적”이라는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형벌권의 남용을 막고자 한 것입니다. 다만, 분노감과 성적 목적이 결합된 경우에는 여전히 유죄가 인정되므로, 섣부른 안심은 금물입니다.
💬 이승혜 변호사의 한마디
“게임에서 화가 나는 건 사람인 이상 당연한 감정입니다. 하지만 키보드를 치기 전에 한 번만 멈춰 주세요. 그 몇 초의 욕설이 성범죄 전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미 고소를 당하셨다면, 혼자 대응하지 마시고 채팅 로그와 상황 전체를 정리해서 성범죄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맥락의 차이가 곧 유죄와 무죄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