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추행 가해자 지목 시 단계별 대응법

어느 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 당신에게 인사팀의 호출이 전달됩니다. 회의실 문을 열자, 무거운 침묵 속에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셨습니다’라는, 믿을 수 없는 한마디가 들려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내려앉는 순간, 당신의 경력과 평판, 그리고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당신의 대응 방식이 앞으로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억울함과 분노, 당혹감에 휩싸여 섣부른 행동을 하기보다, 냉정하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글은 예기치 않게 직장 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분들을 위해, 위기의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는 단계별 대응법을 제시하는 완전 가이드입니다.

1. 상황 인지와 초기 대응

직장 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운 경험일 수 있습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섣부른 대응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대응 방식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침착하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입니다. 현재 자신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회사의 공식적인 절차가 시작된 것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감정적인 대응은 잠시 접어두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초기 대응의 핵심 원칙

• 감정적 대응 자제: 분노, 억울함, 불안감 등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이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특히 신고인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대화를 시도하는 행위는 2차 가해나 합의 종용으로 비칠 수 있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 섣부른 인정 및 부인 금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와 같은 애매한 답변이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도 전에 무조건적인 부인을 하는 것은 향후 진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 경청과 기록: 회사 측(인사팀, 담당자 등)의 설명을 차분히 듣고,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행위를 문제 삼고 있는지 핵심 내용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대응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리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향후 진행될 사실관계 파악과 소명 절차를 위해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 사실관계 파악 및 증거 수집

초기 대응으로 시간을 확보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감정에 휘둘려 “그런 일 없다”고 주장만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은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철저히 기록에 기반해야 합니다. 

우선, 신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 발생 시점의 상황을 최대한 상세하게 복기해야 합니다. 당시의 대화 내용, 주변에 있었던 사람, 전후 맥락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사건 타임라인’을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억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일관된 진술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증거 수집 방법

수집할 수 있는 증거는 다양합니다. 디지털 증거부터 목격자 진술까지, 가능한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 디지털 증거: 이메일, 사내 메신저(슬랙, 팀즈 등), 카카오톡 대화, 통화 기록, SNS 캡처·이메일은 본인이 정당하게 접근 가능한 범위에서만 수집하세요. CCTV는 관리규정에 따른 열람·제출 절차가 필요하고, 타인 계정 무단 접속·비밀 침해는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 문서 및 기록: 업무 일지, 회의록, 출장 보고서 등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목격자 확보: 사건 당시 주변에 있었던 동료나 제3자의 진술은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목격자에게 회유나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 알리바이 증명: 신고된 시간에 다른 장소에 있었다거나 다른 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교통카드 내역,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도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수집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표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 회사 공식 절차와 조사 협조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접수되면, 회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등 문제 인지 시 지체 없이 적정한 조사 및 필요한 보호·조치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해자로 지목된 근로자는 회사의 공식적인 조사 절차에 성실하게 협조해야 합니다. 조사를 회피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징계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조사는 보통 인사팀이나 고충처리 담당 부서 주관으로 진행되며, 신고인, 피신고인(가해 지목인), 참고인(목격자 등)에 대한 개별 면담 및 진술서 작성, 제출된 증거 검토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사 과정에서의 현명한 대처법

• 사전 준비 철저: 조사에 임하기 전, 2단계에서 정리한 ‘사건 타임라인’과 증거 자료를 다시 한번 숙지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합니다.
• 진술의 일관성 유지: 최초 진술과 이후 진술이 달라지면 신뢰를 잃기 쉽습니다.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기록에 기반하여 사실관계 중심으로 명확하고 일관되게 진술해야 합니다.
• 객관적 태도 견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신고인을 비난하는 등 감정적인 발언은 삼가고, 질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사실에 입각한 답변만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진술 내용 확인 및 서명: 진술서 작성이 완료되면, 본인이 진술한 내용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수정을 요청한 뒤 서명해야 합니다.

회사의 조사는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체계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4. 법률 전문가 상담 및 외부 지원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은 단순히 회사 내부의 징계 문제로 끝나지 않고, 형사 고소나 민사 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안이 중대하거나 억울함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변호사)의 상담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많은 분들이 ‘변호사 선임’을 법정에 가는 것과 동일시하여 부담을 느끼지만, 변호사는 소송 대리뿐만 아니라 사건의 전 과정에서 법률적 위험을 분석하고 최적의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특히 노동법 및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변호사가 제공할 수 있는 도움

• 사건의 법적 분석: 현재 상황이 법적으로 성추행에 해당하는지, 형사 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객관적으로 진단합니다.
• 증거 수집 자문: 어떤 증거가 법적으로 유효하며, 어떻게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합니다.
• 회사 조사 절차 동행 및 자문: 회사 조사에 조력인으로 동석하거나, 진술서 등 제출 서류를 사전에 검토하여 법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돕습니다.
• 징계 대응 및 불복 절차 지원: 회사의 징계 처분이 부당할 경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 불복 절차를 대리하거나 자문합니다.
• 형사 및 민사 소송 대리: 사건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경우, 피의자/피고인으로서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소송을 대리합니다.

법률 상담 외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문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해야 길고 힘든 싸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5. 2차 피해 예방과 후속 조치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조사가 끝난 후에도 당신은 ‘2차 피해’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2차 피해란, 사건 자체로 인한 피해 외에 주변의 시선, 소문, 조직 내에서의 고립 등으로 인해 겪게 되는 추가적인 정신적, 관계적 피해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2차 피해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건 대응만큼이나 중요합니다. 🧘

가장 중요한 원칙은 ‘비밀 유지 의무’를 준수하는 것입니다. 회사는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되며, 피신고인 역시 사건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고 다니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와 소문을 막고, 신고인 및 참고인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행동 지침

• 사건에 대한 언급 자제: 동료들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거나 사건의 진실을 설파하려는 행동은 오히려 소문을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 위축되거나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평소와 같이 자신의 업무에 묵묵히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입니다. 이는 당신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주고, 섣부른 판단을 하는 동료들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합니다.
• 신고인과의 접촉 금지: 어떠한 이유에서든 신고인과 개인적으로 접촉하려는 시도는 합의 종용, 협박, 보복 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소통은 회사의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는 달라집니다.

• 혐의 없음(무혐의) 결정 시: 무혐의 시 명예회복 조치를 요청할 수 있으나, 개인정보·조사 비밀유지 의무 때문에 ‘전면적 사내 공지’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가능한 범위의 정정·기록 보완·근무상 불이익 회복 등 현실적 대안을 함께 제시하세요. 또한, 허위 신고에 대한 무고죄는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고의로 수사·재판기관에 신고’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고의·허위성 입증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므로, 증거 정리 후 전문가 자문을 거쳐 대응하세요.
• 징계 처분 시: 징계 수위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되는 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5단계 대응법을 숙지하고, 침착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면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명예와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