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신체 접촉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는 당사자의 의도뿐만 아니라, 해당 행위가 이루어진 ‘관계의 맥락’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상사와 부하, 교수와 제자처럼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해 사회적·경제적·심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에서의 성적 행위는 별도의 법적 규율 대상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관련 분쟁을 다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관련 해설 함께 보기
아래 글을 함께 보시면, 비교 포인트(폭행·협박 vs 위력)와 유사 범죄(준강제추행 등) 이해가 더 쉬워집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0. 16.>
②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추행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0. 16.>
1.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업무상 위력’의 의미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이 조항의 핵심 개념인 ‘위력(威力)’은 단순한 물리력이 아니라,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억압하기에 충분한 세력 전반을 의미합니다.
가. ‘위력’의 법적 개념
판례는 ‘위력’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보며, 그 세력이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을 묻지 않습니다. 즉 폭행·협박 같은 직접 강제력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조직 내 권한, 인사·평가 영향력 등으로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나. 구성요건
이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 요소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 보호·감독 관계: 업무·고용 관계가 대표적이지만, 교수-제자, 지도자-수련생 등 사실상 보호·감독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치료·상담 관계처럼 사실상 통제력이나 영향력이 행사되는 관계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으나, 실제 적용 여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 위력의 행사: 행위자가 가진 지위·권한을 이용해 상대방이 심리적으로 저항하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시적인 지시나 압력이 없었더라도, 평소 권한 행사 방식, 불이익 가능성, 장소·시간·주변 정황 등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자유롭게 거부하기 어려웠다면 위력 행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추행 행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 ‘위력’의 구체적 예시
법원이 문제 삼는 ‘위력’에는 해고·징계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고용상의 지위, 학점·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도·평가 권한, 심리적 의존 관계를 이용하는 상담·종교적 영향력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상대방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여부입니다.
2. ‘추행’의 성립 요건과 구성요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가 일반 강제추행죄와 구별되는 중요한 포인트는, ‘폭행 또는 협박’이 반드시 요구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관계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위계 또는 위력’이 실제로 행사되었는지, 그리고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참고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성립하며, 폭행·협박의 정도는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판단됩니다(반드시 중한 폭력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 구성요건 상세
| 구성 요건 | 상세 설명 | 주요 판단 기준 |
|---|---|---|
| 주체 |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타인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 | 계약서상 직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 여부 |
| 객체 | 주체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 | 상대적으로 종속적 위치(불이익 우려 등)에 있는지 |
| 행위 |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하여 추행하는 행위 | 행위의 태양, 전후 맥락, 거부 가능성, 추행성(수치심 유발 등) |
| 고의 | 자신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는 인식과 의사 | 행위의 성격·상황에 대한 인식 여부 |
⚠️ ‘위계’와 ‘위력’의 구분
법 조문에는 ‘위계 또는 위력’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위력’이 지위나 권세 등을 이용해 의사를 억압하는 것이라면, ‘위계(僞計)’는 상대방을 속이거나 착오에 빠뜨려 추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치료 목적”이라고 속여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가 위계에 의한 추행으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와 강제추행죄의 비교
성추행 관련 사건에서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과 형법상 ‘강제추행’은 적용되는 법 조항과 요건이 다릅니다. 두 죄의 차이점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성폭력처벌법 제10조) | 강제추행 (형법 제298조) |
|---|---|---|
| 적용 법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 형법 |
| 행위 수단 | 위계 또는 위력 (지위·권한 등으로 자유의사 억압) | 폭행 또는 협박 (폭행·협박의 정도는 사안별 판단) |
| 당사자 관계 | 보호·감독 관계라는 특수한 신분 관계가 필요 | 특별한 관계를 요구하지 않음 |
| 상대방의 저항 | 명시적 저항이 없었더라도 위력으로 자유의사가 억압되었다면 성립 가능 | 폭행·협박이 수단이 되었는지 및 전체 정황이 쟁점 |
| 법정형 |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
법정형 상한은 강제추행죄가 더 높지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보호·감독 관계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건 유형과 요건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등 후속 불이익이 함께 문제될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에서 사실관계·증거·법리 구조화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판례를 통해 본 판단 기준과 처벌 수위
법원은 해당 사건을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관계의 구체성: 직급, 업무 연관성, 영향력의 정도 등 관계의 실질
- 행위의 경위와 태양: 일시·장소·방식, 반복성·지속성, 강제성 여부
- 행위 전후 정황: 대화 내역, 피해자 반응, 사후 태도(사과·회유·부인 등)
- 진술의 신빙성: 일관성·구체성, 객관 정황과의 부합 여부
💡 실무 포인트
업무상위력추행 사건에서는 (1) 실질적인 위력관계가 있었는지, (2) 문제된 접촉이 ‘추행’에 해당하는지, (3) 진술 및 정황증거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편적인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기보다는, 전체 증거관계를 종합해 판단됩니다.
가. 처벌 및 부가처분(보안처분) 가능성
유죄가 인정될 경우, 법정형(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범위에서 처벌이 결정됩니다. 양형에는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당사자의 관계, 합의 여부, 반성 정도 등 다양한 요소가 참작됩니다.
또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사건 유형과 요건에 따라 형사 처벌 외에도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각 제도는 적용 요건과 범위가 다르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 신상정보 등록 (관련 법령상 등록대상 성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등)
- 취업제한 (적용 대상 기관·기간은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음)
-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 전자장치 부착 명령 (재범 위험성 등 요건 충족 시)
📌 용어 해설
제도별 의미와 차이는 아래 글에서 더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신상정보등록(성범죄 법률용어) 해설
– 취업제한(성범죄 법률용어) 해설
📚 종결사례 해설 참고
실제 사건에서 ‘위력관계 성립 여부’와 ‘추행성 판단’, ‘진술 신빙성’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참고하시려면 아래 해설을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 업무상위력추행 무혐의(외부 용역수행자) 종결사례 해설
– 종결사례 해설 전체 보기
5.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2항: 구금시설 내 추행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2항은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추행한 때”를 처벌합니다. 제1항과 달리 제2항은 조문상 ‘위계 또는 위력’이라는 수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 입법 취지
구금된 사람은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감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외부와의 접촉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 제1항보다 가중된 법정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 제1항과 제2항의 주요 차이점
| 구분 | 제1항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제2항 (구금시설 내 추행) |
|---|---|---|
| 주체 | 보호·감독 관계에 있는 사람 |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 |
| 객체 |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 |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 |
| 행위 수단 | 위계 또는 위력 | 수단 불문(조문상 위력 요건 없음) |
| 법정형 |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
다.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의 범위
제2항에서 말하는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에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형사 절차상 구금: 교도소·구치소·경찰서 유치장 등에 수감·유치된 수형자, 미결수용자, 피의자 등
- 기타 법률상 신체 자유 제한: 소년교정시설(소년원 등), 치료감호시설,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보호시설 등
- 일시적 유치·보호: 법률 근거에 따른 단기 유치·보호 등(기간 장단 불문)
라. ‘감호하는 사람’의 의미
‘감호하는 사람’은 구금시설에서 구금된 사람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교정공무원, 경찰관, 소년교정시설 종사자 등 법령상 감호 업무를 수행하는 자가 대표적이며, 형식적인 직위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감호 권한을 행사했는지가 중요하게 검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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