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에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졌습니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환경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 특정 소수만의 문제로 여겨졌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는 이제 파일 공유, 스트리밍,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일상 가까이 침투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입법부와 사법부의 대응 역시 급격하게 변화하며, 2020년 대대적인 법 개정을 통해 처벌 수위가 크게 상향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의 엄격함이 더해질수록, 그 법리가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본 글에서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무지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를 중심으로, 현행법의 처벌 기준부터 복잡한 법리적 쟁점, 그리고 실무상 유의점까지 심도 있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1. 현행법상 처벌 수위와 적용 범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에 의해 규율됩니다. 특히 2020년 6월 2일 개정된 아청법은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으며, 그중에서도 소지죄에 대한 벌금형을 폐지하고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을 상향 조정한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는 단순 소지 행위 자체를 매우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청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제작, 배포, 소지 등 각 행위 유형에 따라 처벌 수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각 행위별 처벌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 유형 (아청법 제11조) |
법정형 |
주요 내용 |
제작·수입·수출 (제1항)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영리 목적이 없는 경우에도 매우 중하게 처벌 |
영리 목적 판매·배포·전시 등 (제2항) |
5년 이상의 징역 |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인정될 경우 가중 처벌 |
배포·제공·광고 등 (제3항) |
3년 이상의 징역 |
영리 목적이 없더라도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 |
구입·소지·시청 (제5항) |
1년 이상의 징역 |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 단순 시청도 처벌 대상 |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소지’뿐만 아니라 ‘구입’과 ‘시청’ 행위도 동일하게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하는 경우 소지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법 개정을 통해 시청 행위 자체를 명백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적 공백을 메웠습니다. 따라서 파일을 직접 내려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시청만 했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핵심 포인트: 벌금형 폐지의 의미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에 대해 벌금형이 폐지되고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하한선이 설정된 것은, 재판부의 양형 재량 범위를 축소하고 실형 선고 가능성을 높이려는 입법적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범죄를 더 이상 가볍게 다루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와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2. 소지죄 성립 요건과 판례 해설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처벌이 규정된 만큼, ‘소지’ 행위가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관련 파일이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소지’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하며, 크게 두 가지 요건을 핵심적으로 검토합니다.
사실상의 지배·관리 상태 (지배 가능성)
소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성착취물에 대해 사실상의 지배(支配)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손에 쥐고 있는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그 내용을 확인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처분할 수 있는 상태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판례는 ‘소지’를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자기가 지배하는 영역 내에 두고 관리하는 상태”로 정의하며, 다음과 같은 경우들을 소지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컴퓨터 하드디스크, 외장하드, USB 등 저장매체에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보관하는 행위
- 클라우드 스토리지(웹하드 등)에 업로드하여 언제든 접근 가능하도록 한 상태
- 스마트폰 갤러리나 특정 폴더에 저장해 둔 경우
반면, 스트리밍 시 발생하는 임시 캐시(cache) 파일의 경우, 사용자가 그 존재를 인식하고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지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기술적인 부분과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지에 대한 고의
형사 처벌의 대원칙은 ‘고의범’ 처벌입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가 성립하려면 피의자가 자신이 소지하는 파일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지를 계속하려는 의사, 즉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 ‘미필적 고의’의 함정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파일 제목이나 폴더명, 파일이 공유된 사이트의 성격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일 수도 있겠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용인하고 다운로드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소지죄의 성립 여부는 파일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가능성과 행위자의 인식(고의)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식 결과, 피의자의 진술, 파일의 획득 경로 등 다양한 증거가 활용됩니다.
3. 딥페이크·가상물 등 신유형 처벌 쟁점
AI 기술의 발달은 ‘딥페이크(Deepfake)’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성착취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실제 아동·청소년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나, 성인의 얼굴에 아동·청소년의 신체를 합성하는 등 기존의 성착취물과는 다른 형태를 띱니다. 이러한 신유형 제작물에 대한 처벌 공백을 막기 위해 2020년 아청법 개정 시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정의에 “사람 또는 표현물”을 대상으로 한 경우를 포함시켰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조항의 핵심 쟁점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부분의 해석입니다. 예를 들어,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와 같이 명백히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 이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합니다.
구분 |
처벌 가능성 |
주요 쟁점 |
딥페이크 영상 |
높음 |
실존 아동·청소년의 얼굴 등을 이용하여 제작한 경우 명백한 처벌 대상 |
실사형 가상 인물 |
사안에 따라 다름 |
외관, 복장, 배경 등을 종합하여 ‘명백성’ 요건 충족 여부 판단 |
애니메이션/게임 캐릭터 |
논란 중 |
표현의 자유와 아동·청소년 보호 법익 사이의 충돌. 하급심 판례가 엇갈리는 상황 |
대법원은 아직 가상 표현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하급심에서는 캐릭터의 외모, 교복 착용 여부, 배경 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안별로 다르게 판단하고 있어, 향후 대법원의 최종적인 법리 해석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가상의 표현물이라 할지라도 아동·청소년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라면 소지 자체에 상당한 법적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4. 고의성·시점 등 행위별 쟁점
소지죄의 유무죄를 가르는 데에는 앞서 언급한 ‘고의성’ 외에도 여러 구체적인 행위 정황이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는 언제, 어떻게, 왜 소지하게 되었는지가 면밀하게 검토됩니다.
고의성 입증의 문제
고의는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이므로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여러 간접 정황을 통해 고의성을 추단합니다.
- 파일 획득 경로: 음란물 전문 사이트, 특정 키워드 검색, P2P 공유 프로그램 등 의심스러운 경로로 파일을 획득했다면 고의가 있었다고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 파일 관리 형태: 파일을 은밀한 폴더에 숨기거나 파일명을 변경하여 보관한 정황은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소지 기간 및 개수: 다수의 성착취물을 장기간에 걸쳐 소지했다면 ‘실수로 다운받았다’거나 ‘내용을 몰랐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범행 시점과 공소시효
소지죄는 파일을 자신의 지배하에 둔 시점부터 범죄가 성립하고, 그 지배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범죄 행위도 계속되는 ‘계속범’의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파일을 삭제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다면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에 파일을 다운로드했더라도 2025년 현재까지 삭제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면, 범죄 행위는 2025년까지 계속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 다운로드한 파일이라도 현재 시점에서 적발되면 처벌받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삭제 행위의 법적 의미
파일을 삭제하는 행위는 소지 상태를 종료시키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는 삭제 이전에 해당 파일의 존재와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증거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수사를 앞두고 급하게 파일을 삭제하는 것은 증거인멸 시도로 비쳐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5. 보안처분·양형 및 실무상 유의점
아청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징역형이라는 형사처벌 외에도 다양한 ‘보안처분’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보안처분은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되는 부가적인 처분으로, 때로는 형사처벌 자체보다 더 큰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주요 보안처분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안처분 종류 |
내용 |
기간 |
신상정보 등록 |
성명, 주소, 직장 등 개인정보를 관할 경찰서에 등록 |
최대 30년 (형량에 따라 차등) |
신상정보 공개·고지 |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공개 및 이웃에 우편 고지 |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경우 선고 가능 |
취업제한 명령 |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일정 기간 취업 제한 |
최대 10년 |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
전문기관에서 재범방지 교육 및 치료 이수 |
최대 500시간 |
이러한 보안처분은 유죄 판결 시 거의 대부분 함께 선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신상정보 등록은 법에서 정한 등록대상 성범죄의 경우,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등록 대상이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소지죄는 벌금형이 없고, 등록대상 성범죄에 해당합니다.
※ 참고로, 신상정보 등록은 ‘유죄 판결이면 무조건’이 아니라, 법에서 정한 등록대상 성범죄에 한해 부과됩니다. 특히 법은 ‘벌금형만 선고된 경우’를 등록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죄목을 둡니다. 예컨대 성폭력처벌법 제12조(다중이용장소 침입)·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 및 아청법 제11조 제3항(배포·제공·광고 등)·제5항(구입·소지·시청)은 벌금형만 선고되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양형 및 실무상 유의점
재판부는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 형량을 결정합니다. 이를 ‘양형’이라고 합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사건에서 재판부가 고려하는 주요 양형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리한 양형요소 (감경):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초범), 성착취물의 개수가 적고 소지 기간이 짧은 경우, 자발적 삭제 및 수사 협조 등
- 불리한 양형요소 (가중): 다수의 성착취물을 장기간 소지, 재범, 2차 유포 정황, 범행 부인 및 증거 인멸 시도,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경우 등
만약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었다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섣부른 진술이나 임의적인 증거 제출은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법리적 쟁점이 복잡하고 처벌 수위가 매우 높은 사안인 만큼,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양형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