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5조는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 강제추행 등의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일반 성범죄보다 가중처벌하는 규정입니다.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와 보호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본 글에서는 성폭력처벌법 제5조가 규정하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범죄의 개념, 법적 요건, 처벌 수위, 실무상 쟁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1. 성폭력처벌법 제5조의 의의와 ‘친족’의 법적 범위
성폭력처벌법 제5조는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와 보호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성범죄를 가중처벌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 규정입니다. 일반적인 성범죄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는 그 침해가 신뢰하던 친족이라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법 조항의 핵심은 ‘친족관계’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민법상의 친족 개념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그 범위를 더 넓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이 형식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 및 감독 관계까지 포괄하여 범죄를 규율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5조가 규정하는 ‘친족’의 범위
이 법에서 ‘친족’이란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법률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뿐만 아니라, 보호와 신뢰가 요구되는 관계까지 폭넓게 포함하여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 구분 | 해당 관계 | 법적 근거 및 설명 |
|---|---|---|
| 4촌 이내의 혈족 | 부모, 자녀, 조부모, 형제자매, 삼촌, 고모, 사촌 등 | 가장 기본적인 혈연관계를 의미합니다. 직계와 방계를 모두 포함합니다. |
| 4촌 이내의 인척 | 배우자의 부모, 배우자의 형제자매, 형제자매의 배우자 등 | 혼인을 통해 맺어진 친족 관계를 말합니다. |
| 동거하는 친족 | 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함께 거주하는 친족 | 법률상 4촌을 넘어서더라도, 주거를 공유하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경우를 포함합니다. |
|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 | 계부, 계모, 사실혼 관계 배우자의 자녀 등 | 법률상 친족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친족과 같은 생활 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괄합니다. 이는 법의 보호 범위를 현실에 맞게 확장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
2. 범죄의 성립 요건: 무엇이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을 구성하나?
성폭력처벌법 제5조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법률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는 크게 주체, 객체, 행위의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요건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법의 적용 범위를 파악하고, 유사 사례와 구별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범죄의 주체는 앞서 설명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4촌 이내의 혈족·인척이거나 사실상의 친족 관계에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관계의 존재 여부를 매우 엄격하게 심리하며, 범행 당시 이러한 관계가 존재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범죄의 객체는 바로 그 친족관계에 있는 상대방, 즉 피해자입니다. 이 법은 피해자의 나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적용됩니다. 마지막으로, 범죄 행위는 형법상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구성요건의 핵심: 폭행·협박의 정도
친족관계 성범죄의 경우, 일반 성범죄와는 다른 특수성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친족이라는 특수한 신뢰 관계와 지속적인 영향력 하에 있는 피해자의 특성을 감안하여, 폭행이나 협박의 정도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를 보다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명시적인 물리력 행사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이나 지배 관계를 이용한 행위도 폭행·협박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제1항): 폭행 또는 협박으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강간한 경우.
-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제2항): 폭행 또는 협박으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경우.
-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준강제추행 (제3항):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
3. 가중처벌의 법적 근거와 형량 비교 분석
성폭력처벌법 제5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가중처벌’입니다. 우리 법은 친족이라는 특수한 관계를 이용한 성범죄를 일반 성범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단순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넘어 가족 공동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반인륜적 행위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형량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비교해 보겠습니다. 아래 표는 형법상 일반 성범죄와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의 법정형을 비교한 것입니다. 법정형의 하한선이 크게 상향 조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범죄 유형 | 형법상 일반 범죄 법정형 | 성폭력처벌법 제5조 (친족관계) 법정형 |
|---|---|---|
| 강간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7년 이상의 유기징역 |
| 강제추행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 5년 이상의 유기징역 |
| 준강간·준강제추행 | 각 해당 죄의 예에 따름 | 각 해당 죄의 예에 따라 가중처벌 |
4. 형사절차상 주요 쟁점과 변론 전략
친족관계 성범죄 사건은 일반 성범죄 사건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수한 법률적 쟁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쟁점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사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친족관계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한 다툼
성폭력처벌법 제5조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법이 정한 ‘친족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친족관계의 성립 여부 자체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안별로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단순히 주민등록상 동거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질적인 부양관계, 경제적 의존도, 공동생활의 기간과 정도, 정서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예컨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의 자녀라 하더라도, 실제 동거 기간이 짧거나 친족적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사실상의 친족’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범행 당시 친족관계의 존속 여부
친족관계는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범행 전에 이미 친족관계가 해소되었다면 본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혼으로 인척관계가 소멸한 후 범행이 이루어진 경우나, 입양 파양 후 범행이 발생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범행 후 친족관계가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범행 당시 친족관계가 존재했다면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됩니다.폭행·협박의 정도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친족관계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폭행·협박의 존재 및 정도입니다. 친족관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 성범죄 사건보다 물리적 폭행의 정도가 약하더라도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친족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폭행·협박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대부분 목격자나 객관적 물증이 없어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은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합리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며, 진술에 모순이나 과장이 있는 경우 신빙성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사후 행동, 주변인에게 털어놓은 시기와 내용, 고소 경위 등도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됩니다.양형 요소와 작량감경의 가능성
친족관계 성범죄는 법정형이 매우 높아 집행유예 선고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법원이 작량감경을 할 경우 형이 감경되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작량감경 사유로는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 정황, 피해의 정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진지한 반성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실무상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경우, 이는 중요한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친족관계 성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공소제기나 처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며,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뿐입니다.5. 유사 범죄와의 관계: 형법상 강간죄 및 아청법과의 차이
성폭력처벌법 제5조는 다른 성범죄 관련 법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특히 형법상 일반 강간죄, 그리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법 적용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행위 주체와 객체 간의 특별한 관계’, 즉 친족관계의 존재 여부입니다. 이 특별한 관계가 인정될 때 형법이 아닌 성폭력처벌법이 우선적으로 적용(특별법 우선의 원칙)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중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아청법과의 관계는 조금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만약 피해자가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와 친족관계에 있다면 어떤 법이 적용될까요? 이 경우, 두 법률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므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놓일 수 있습니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이럴 때는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게 됩니다.| 구분 | 형법상 강간죄 | 성폭력처벌법 제5조 | 아청법상 강간죄 |
|---|---|---|---|
| 보호법익 |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 성적 자기결정권 + 가족 공동체의 신뢰와 보호 관계 |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성적 자기결정권 |
| 핵심 요건 | 폭행·협박 | 친족관계 + 폭행·협박 | 피해자가 아동·청소년 + 폭행·협박 |
| 법정형 (강간 기준)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7년 이상의 유기징역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 주요 특징 | 일반적인 성범죄 규정 | 신뢰 관계 파괴에 대한 가중처벌 | 피해자 연령에 따른 특별 보호 및 가중처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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