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성립 과정은 내심의 의사 결정부터 실제 행위의 완성까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실행에 착수한 이후부터 처벌하지만, 특정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준비 단계에서부터 법적 개입을 허용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7조의2는 그러한 예외 규정 중 하나로, 아동·청소년 대상 제7조 범죄의 예비·음모를 독립 범죄로 처벌합니다. 아청법 전반의 구조를 먼저 정리하고 싶다면 아청법 체계 해설(Overview)도 함께 참고하시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본 글에서는 제7조의2의 법리 구조, 구성요건, 처벌 범위, 실무상 주요 쟁점을 정리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의2(예비, 음모)
제7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본조신설 2020. 6. 2.]
1. 조항의 개념과 입법 배경
가. 예비·음모죄의 법리적 성격
아청법 제7조의2는 “제7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기 이전 단계(준비행위 또는 공모행위)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구성한 것입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예비·음모 단계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습니다(형법 제28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불가벌). 다만, 사회적 위험이 크고 결과가 중대하며 사전 차단 필요성이 큰 범죄에 대해서는 특별법에서 예외적으로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기도 합니다. 아청법 제7조의2는 이러한 “특별한 규정”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나. 입법 배경
아청법 제7조의2는 2020년 6월 2일 신설되어, 아동·청소년 대상 제7조 범죄의 ‘예비·음모’ 단계까지 예외적으로 형사처벌 범위를 확장한 규정입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피해 회복이 어렵고, 범행이 현실화될 경우 그 결과가 매우 중대합니다. 또한 일부 사건은 온라인·오프라인에서 계획적으로 준비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어, 위험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제7조 범죄에 한해 예비·음모를 별도로 처벌하는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다. 적용 시 주의점
예비·음모 처벌은 아직 구체적 법익침해가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 형벌권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행위책임 원칙 및 기본권 보장과 긴장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도 단순한 생각이나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외부적으로 드러난 준비행위 또는 공모의 정황이 존재하며, 그 행위가 ‘제7조 범죄 실행’과 구체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2. 구성요건과 적용 범위
가. 주관적 구성요건: 목적
제7조의2는 전형적인 목적범입니다. 단순히 준비행위나 대화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제7조의 죄를 범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목적은 내심의 의사이므로, 실무에서는 대화 내용, 행동 패턴, 물품 구매 내역, 접촉 시도, 범행 계획의 구체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목적 입증의 실무적 의미
목적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예컨대 문제된 검색·대화가 법률 공부, 기사 확인, 연구 목적 등으로도 설명 가능한지, 이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준비가 있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나. 객관적 구성요건: 예비와 음모
A. 예비
예비는 범죄 실현을 위한 준비행위를 말합니다. 다만 모든 준비행위가 예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범행 실행과의 관련성이 분명하며 위험이 구체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의 행위가 문제됩니다.
실무에서는 ‘예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생각·말·정보탐색을 넘어, 범죄 실행과의 관련성이 뚜렷한 준비행위로서 위험이 구체화되었다고 평가될 정도의 사정이 요구됩니다. 단순 검색이나 기사 열람만으로는 통상 ‘예비’로 평가되기 어렵고, 구체적 준비행위 및 범행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함께 문제됩니다.
실무에서 예비로 논의될 수 있는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사안별로 판단):
- 범행에 직접 사용될 수단·물품의 구체적 준비(구매·제작·확보)
- 범행 장소·동선의 사전 답사 등 실행 직전 단계의 준비
- 범행 대상에 대한 구체적 접촉 시도 및 약속 조율
- 시간·장소·방법이 특정된 계획의 작성 및 실행 분담
B. 음모
음모란 2인 이상이 범죄를 실행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합의는 반드시 장문의 ‘계약서’처럼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대화의 맥락상 실행 의사의 합치가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과장·농담·가상 시나리오 논의인지, 실제 실행을 전제로 한 진지한 합의인지가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집니다.
음모 성립 판단 시 자주 검토되는 요소:
- 2인 이상 참여 여부
- 실행 대상·방법·역할 분담 등 구체성
- 합의 이후 후속 행동(물품 준비, 이동, 접촉 시도 등) 존재 여부
C. 적용 대상 범죄: 제7조의 범위
아청법 제7조의2는 “제7조의 죄”를 대상으로 합니다. 따라서 제7조가 어떤 범죄를 규정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7조 조문 자체의 해설은 아청법 제7조(아동·청소년 강간·강제추행 등) 해설에서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 조항 | 범죄 유형 | 법정형 |
|---|---|---|
| 제7조 제1항 |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 제7조 제2항 | 아동·청소년에 대한 유사강간 | 5년 이상의 유기징역 |
| 제7조 제3항 |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제7조 제4항 | 아동·청소년에 대한 준강간·준강제추행 |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름 |
| 제7조 제5항 |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름 |
| 제7조 제6항 |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미수범 | 미수처벌 |
적용 범위의 “한정”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제7조의2는 오직 “제7조의 죄”의 예비·음모에만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제11조)이나 온라인 그루밍 유형과 연결되는 성착취 목적 대화(제15조의2) 등은 각각 별도의 구성요건·처벌 조항으로 다뤄집니다. 관련 조문 해설은 아청법 제11조(성착취물) 해설, 아청법 제15조의2(성착취 목적 대화) 해설도 함께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처벌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정확히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지”가 핵심이 됩니다.
3. 법정형과 양형 기준
가. 법정형의 구조
아청법 제7조의2는 예비·음모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만 규정합니다(벌금형 없음). 본죄(제7조)가 중형인 점을 고려하면, “실행 전 단계”라는 특성상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해서 결과가 자동으로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선고형은 계획의 구체성, 실행 위험성, 증거 관계, 재범 위험, 피해 발생 가능성 등 사안별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법정형 구조상 집행유예가 가능할 수는 있으나(일반론), 이는 전과·정상관계 등 요건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나. 양형에서 자주 보는 판단 요소
아청법 제7조의2는 사안별 편차가 커서, 재판에서는 개별 사정(계획의 구체성, 실행 위험성, 중지 경위, 재범 위험 등)을 중심으로 형이 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성범죄 양형요소 및 일반 양형사유(형법 제51조)를 종합해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 계획의 구체성(시간·장소·대상·수단이 특정되는지)
- 실행 가능성 및 위험의 현실화 정도
- 중지 경위(자발적 중지인지, 외부 요인인지)
- 반성 및 재범 방지 노력
- 동종 전력·전과 및 재범 위험성
다. 자수 관련 정리
자수는 예비·음모 사건에서도 중요한 정상입니다. 범행이 수사기관에 알려지기 전에 자발적으로 신고(자수)한 경우, 형법 제52조에 따라 법원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수 인정 여부와 감경 폭은 사건 경위, 수사 진행 정도, 진정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수 판단에서 자주 문제되는 포인트
자수는 ‘발각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취지이므로, 이미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뒤의 단순 자백은 자수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진정성, 구체적 진술, 협조 정도 등이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라. 부수처분
아청법 관련 사건은 형사처벌 외에도, 사안과 적용 법조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고지’, ‘취업제한’,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 부수처분이 함께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사건에 자동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률이 정한 요건 충족 여부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4. 유사 개념과의 구별
가. 예비·음모와 미수의 구별
예비·음모와 미수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은 ‘실행의 착수’ 여부입니다. 실행의 착수 시점은 사건마다 다투어질 수 있으며, 단순한 준비인지(예비) 실제로 구성요건 실현을 개시했는지(미수)가 주요 쟁점이 됩니다.
실행의 착수 판단은 “사안별”입니다
예컨대 강간(또는 유사강간)의 경우에도 ‘어느 시점부터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것인지’는 접촉의 형태, 폭행·협박의 개시, 침입·유인 행위의 위험성 등 구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비/미수 경계는 법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예비·음모 일반 개념과 미수 구별에 대한 추가 설명은 형법 제305조의3(예비·음모) 해설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또한 실행의 착수 및 미수 성립이 실제로 다투어진 사례 흐름은 준강간미수 무죄(항소심 무죄 석방) 성공사례 해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 예비·음모와 교사·방조의 구별
교사·방조는 타인의 범행에 가담하는 공범 형태입니다. 반면 예비·음모는 (본인이 직접 실행을 준비하거나) 2인 이상이 실행을 합의한 단계 자체가 문제됩니다. 다만 사건에 따라 예비·음모와 공범 구조가 함께 쟁점이 되는 경우도 있어, 사실관계에 대한 세밀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 구분 | 예비·음모 | 미수 | 교사·방조 |
|---|---|---|---|
| 시기 | 실행 착수 이전 | 실행 착수 이후, 기수 이전 | 정범의 범행 전반 |
| 행위 형태 | 준비 또는 공모 | 구성요건 실현 시도 | 타인의 범행에 가담 |
| 법적 성격 | 특별 규정 있을 때만 독립범 성립 | 본죄의 미완성 형태 | 정범에 종속 |
5. 실무상 주요 쟁점
가. ‘목적’ 입증
제7조의2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정말 제7조 범죄를 실행할 목적이 있었는가”입니다. 목적은 직접 증명이 어려워 정황증거로 판단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대화의 전체 맥락, 준비행위의 구체성, 이후 행동 등 종합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나. ‘준비행위’의 범위
어디까지를 처벌 가능한 ‘예비’로 볼 것인지가 중요한 경계선입니다.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고,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면 입법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예비로 보기 어려운 사정(예시)
- 단순 정보 검색이나 기사 열람(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음)
- 범행과 직접 관련성이 약한 일반적 구매/행동
-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막연한 표현
예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사정(예시)
- 대상·장소·시간·수단이 특정된 준비 정황
- 실행 직전 단계의 이동·접촉·물품 확보 등 후속 행동
- 공모(음모) 후 실행 분담 및 구체적 역할 조율
다. 디지털 증거의 취급
예비·음모 사건은 채팅 기록, 검색 기록, 저장 파일, 계정 접속 기록 등 디지털 증거 비중이 큽니다. 이때는 (1) 적법한 절차로 수집되었는지, (2) 원본성과 무결성이 보장되는지, (3) ‘일부 발췌’가 아닌 전체 맥락을 어떻게 평가할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6. 형사절차 진행 과정
가. 수사 단계
예비·음모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경우, 다음 사항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 피의자의 권리
-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진술거부권이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습니다.
- 조서에 서명하기 전 내용을 확인하고 정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B. 수사 과정에서의 유의사항
- 무엇이 ‘예비’ 또는 ‘음모’로 문제되는지 혐의 사실을 정확히 특정
- 목적·의도에 관한 진술은 정황증거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대응
- 압수·수색 및 포렌식 절차의 적법성, 증거 범위를 면밀히 점검
수사 단계의 중요성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과 증거 확보 방식은 재판에서 핵심이 됩니다. 특히 ‘목적’과 ‘준비행위의 구체성’은 구성요건 판단에 직결되므로,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기소 및 재판 단계
기소가 되면 공소사실의 특정과 증거능력·증명력 다툼이 본격화됩니다.
A. 공소장 검토 포인트
- 공소사실이 구체적이고 특정되어 있는지
- 적용 법조가 정확한지(제7조의2 해당성)
- 증거 목록과 디지털 증거 수집의 적법성
B. 재판 핵심 쟁점
- 목적 인정 여부(정황증거의 종합 평가)
- 예비/음모 해당성(위험의 구체화, 합의의 진지성)
- 예비·음모 vs 미수 경계(실행의 착수 판단)
- 양형 및 정상참작 사유
다. 판결 이후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항소가 가능합니다. 항소심에서는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이 주요 쟁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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