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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 선처탄원서 vs 처벌불원서 차이: 형법 제51조와 성범죄 양형기준

2026. 04. 20

⚖️ 법률의 디테일 — 양형 자료 편: 선처탄원서 처벌불원서 차이

“변호사님, 선처탄원서와 처벌불원서가 어떻게 다른가요? 둘 다 받으면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요?” — 성범죄 사건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두 문서는 작성 주체도, 법적 근거도, 그리고 양형에서의 무게도 같지 않습니다. 특히 2013년 법 개정 이후, 주요 성폭력범죄에서 처벌불원서의 의미는 ‘사건 종결 사유’에서 ‘양형상 참작 사유’로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선처탄원서 처벌불원서 차이.

성범죄 사건에서 양형(재판에서 형벌의 종류와 정도를 정하는 일) 단계에 들어가면, 피고인 측이 준비할 수 있는 자료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가족·지인·동료 등 제3자가 작성하는 선처탄원서, 다른 하나는 피해자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처벌불원서입니다. 둘 다 양형 자료라는 점에서 닮아 보이지만, 법원이 두 문서를 받아들이는 무게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본 글에서는 선처탄원서 처벌불원서 차이를 형법 조문, 양형위원회 양형기준, 그리고 2013년 성범죄 친고죄·반의사불벌죄 폐지라는 세 축에서 분석합니다.

1. 쟁점 요약: 의견인가, 의사인가

선처탄원서와 처벌불원서는 모두 양형 단계에서 활용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 차이를 한 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 차이 — 한 줄로 정리

선처탄원서는 제3자가 “이 사람은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문서이고,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이 사람의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직접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입니다. 의견과 의사 — 이 한 끗 차이가 양형에서의 무게 차이로 이어집니다.

의견은 재판부가 참고할 자료에 그치지만, 의사는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일정한 범죄군에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사건의 절차적 종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성범죄에서는 2013년 개정 이후 이 ‘의사’의 효과가 사건 종결에서 양형 참작으로 이동했다는 점이 본 글의 핵심 줄기입니다. 한편 본 글은 양형 자료 일반론을 다룰 뿐, 구체적 사건의 결론을 단정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지며,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입니다.

2. 선처탄원서의 법적 구조

가. 형법 제51조와의 관계

선처탄원서가 양형에 참작되는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입니다. 이 조문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서 참작하여야 할” 사항을 네 호로 나누어 규정합니다. 그중 선처탄원서와 직접 연결되는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51조 호 (선처탄원서와 직접 연결되는 주요 항목)탄원서와의 관련성
제1호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피고인의 평소 성품·생활환경·가정 사정 — 탄원서의 주된 내용
제2호 피해자에 대한 관계피해자와의 관계 회복 정도 — 탄원서에서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영역
제4호 범행 후의 정황사건 이후 반성 정도, 재범 방지 노력 — 탄원서가 이를 보강

다만 형법 제51조는 법관에게 양형 시 “참작하여야 한다”고 정할 뿐, 탄원서 자체를 반드시 반영하라고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선처탄원서는 법관의 양형 재량 안에서 참고되는 자료이며, 그 무게는 내용의 진정성과 구체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형식적인 문구를 반복하는 탄원서와, 일상 속 구체적 일화로 피고인의 성품과 사회적 유대를 보여주는 탄원서는 재판부가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 형법 제53조(정상참작감경)와의 관계

형법 제53조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제도는 종래 ‘작량감경(酌量減輕)’으로 불렸으나, 어려운 한자 표현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2020년 12월 8일 개정으로 ‘정상참작감경’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명칭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동일합니다.

정상참작감경은 법관이 정상참작 사유를 고려해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제도로, 유기징역·유기금고의 경우 형법 제55조에 따라 그 형의 장기와 단기를 2분의 1로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는 매우 넓은 개념이어서, 선처탄원서에 담긴 피고인의 환경, 가족 관계, 반성 정도, 재범 방지 노력 등이 그 판단 자료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상참작감경은 어디까지나 법관의 재량 사항이므로, 선처탄원서가 제출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감경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선처탄원서는 정상참작감경 판단을 뒷받침하는 여러 근거 자료 중 하나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 선처탄원서의 증거법적 지위

선처탄원서는 일반적으로 유·무죄를 가르는 본증이 아니라, 재판부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정상자료’로 제출됩니다. 따라서 공소사실 입증 증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증거능력 문제가 전면에 서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점이 곧 “어떤 내용이라도 자유롭게 제출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 과장된 표현, 또는 피해자를 압박하는 정황이 드러나는 자료는 오히려 신빙성 면에서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재판부가 그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법관의 자유심증에 달려 있으며, 이는 성범죄 사건 합의: 직접 연락의 위험성과 안전한 절차에서 다룬 합의 자료의 진정성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처벌불원서의 법적 구조

가. 반의사불벌죄에서의 직접 효력

선처탄원서 처벌불원서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반의사불벌죄란 범죄 성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의 명시적 처벌불원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죄 판단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한 범죄 유형입니다. 예를 들어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3항), 과실치상죄(형법 제266조 제2항), 명예훼손죄 중 형법 제307조·제309조의 죄(형법 제312조 제2항)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범죄에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는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즉, 유·무죄 판단으로 들어가지 않고 절차적으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사건이 마무리됩니다. 이는 선처탄원서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효과로, 처벌불원서가 가지는 가장 강력한 법적 힘입니다.

나. 비반의사불벌죄에서의 간접 효력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더라도 공소기각 효력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형에서의 영향력은 선처탄원서보다 한 단계 더 큰 차원에서 작동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 본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표명한 문서입니다. 피해자가 그러한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실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일정 수준의 관계 회복 또는 피해 회복이 있었음을 시사하며,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서 이를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으로 분류합니다. 반면 선처탄원서는 제3자의 의견이므로, 일반양형인자 영역에서 피고인의 생활환경·사회적 유대·재범방지 노력·반성 태도를 보조적으로 설명하는 자료로 기능합니다. 두 문서가 가리키는 양형인자의 위계가 서로 다른 것입니다.

다. 처벌불원 의사 번복의 법리

처벌불원 의사를 둘러싼 가장 까다로운 쟁점 중 하나가 의사의 번복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제3항에 따르면,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이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한 번 표명한 처벌불원 의사를 다시 거두어들일 수 있을까요?

💡 처벌불원 의사 번복 — 형사소송법 제232조

대법원은 일단 적법하게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한 뒤(즉,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뒤)에는 다시 처벌을 희망하는 쪽으로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제3항 준용 법리). 처음부터 명시적·확정적으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도 이를 뒤집어 처벌을 희망할 수 없다고 본 판결례가 있습니다. 국가의 형벌권 행사가 사인의 의사에 따라 장기간 좌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다만 이 법리는 반의사불벌죄에서 직접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성범죄 영역에서는 2013년 친고죄·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었으므로, 처벌불원 의사를 번복하더라도 그 자체로 재판이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한때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정”과 “이후 의사를 번복한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양형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에서의 처벌불원서는 그 자체로 절대적인 결론을 가져오는 문서가 아니라, 양형 판단의 중요한 한 요소로 작동합니다.

4. 두 문서의 법적 효력 비교

지금까지 정리한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비교표로 정리합니다. 같은 양형 자료라도 어떤 위치에서, 어떤 무게로 작용하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교 항목선처탄원서처벌불원서
작성 주체제3자(가족·지인·동료 등)피해자 본인(또는 법정대리인)
법적 성격‘의견’의 전달‘의사’의 직접 표시
법적 근거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 간접 적용각 죄의 반의사불벌 조항 — 직접 적용
반의사불벌죄에서양형 참고자료공소기각 사유(절차적 종결)
일반 범죄에서양형 참고자료(보조적)양형 참고자료(주요)
양형위원회 인자일반양형인자(생활환경·반성 태도 보조)특별감경인자 ‘처벌불원’
법정 형식자유 양식자유 양식(일부 기관은 별지 권장)
제출 시한수사·재판 전 단계 가능양형자료로는 전 단계, 반의사불벌 효력은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표에서 가장 주목할 칸은 ‘반의사불벌죄에서’와 ‘양형위원회 인자’입니다. 처벌불원서는 반의사불벌죄에서 공소기각이라는 절차적 효과를 만들고, 그 외의 범죄에서도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인자와 직결될 수 있습니다. 선처탄원서가 일반양형인자 영역에서 보조적으로 기능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두 문서가 같은 무게의 자료가 아님이 분명해집니다.

5. 2013년 성범죄 친고죄·반의사불벌죄 폐지

가. 무엇이 바뀌었나

2013년 6월 19일은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 체계의 분수령이었습니다. 이날 시행된 법 개정으로 강간·강제추행 등 주요 성폭력범죄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특별법상의 주요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 구조가 폐지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일부 성범죄가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이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2013년 6월 19일 이후 발생한 주요 성폭력범죄에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공소기각이나 사건 종결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검사는 기소할 수 있고, 법원은 유·무죄 판단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나. 그렇다면 처벌불원서는 의미가 없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법적 ‘직접 효력’은 사라졌지만, ‘양형 참작 사유’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은 성범죄 양형에서도 특별감경인자로 분류됩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었음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양형기준은 처벌불원의 의미를 매우 신중하게 정의합니다. 단순히 합의서 한 장이 제출되었다고 곧바로 처벌불원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루어졌으며,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라야 비로소 처벌불원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형식만 갖춘 처벌불원서가 곧장 특별감경인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다. 입법 취지와 실무적 변화

2013년 폐지의 입법 취지는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 측의 합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전 제도에서는 처벌불원서가 곧 사건의 절차적 종결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해자 측이 피해자에게 과도한 합의 압박을 가하는 사례가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폐지 이후에도 양형에서 처벌불원이 참작되므로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지만, “합의하지 않으면 당신도 불리하다”는 식의 압박이 더 이상 법적 근거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은 분명한 변화입니다.

법리적 핵심 — 두 효력의 분리

2013. 6. 19. 시행 개정으로, 주요 성폭력범죄에서 처벌불원서의 ‘소송법적 효력'(공소기각)은 소멸했습니다. 그러나 ‘양형법적 효력'(감경 참작)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두 효력이 분리되었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선처탄원서 처벌불원서 차이를 파악하는 출발점입니다. 이 변화는 형사조정, 성범죄 사건에서의 특별한 의미에서 다룬 형사조정 절차의 위상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6. 양형위원회 기준에서의 위치

양형기준은 재판부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감경·가중 요소의 지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룬 두 문서는 이 지도 위에서 어디에 위치할까요?

가. 양형인자 체계의 이해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양형에 영향을 주는 사정을 특별양형인자일반양형인자로 크게 나누고, 다시 각각 감경·가중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권고 형량 영역을 감경영역·기본영역·가중영역의 세 단계로 제시합니다.

구분인자명·취지관련 자료(예)
특별감경인자처벌불원(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포함)처벌불원서·합의서
일반양형인자(감경 측)피고인의 생활환경·사회적 유대·재범방지 노력·반성 태도 보조선처탄원서·반성문·교육이수자료 등
일반양형인자(피해회복 측)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상당 금액의 공탁 등)공탁서·피해회복 자료
가중인자(범죄군별 개별 인자에 따라 달라짐)해당 범죄 양형기준 참조

※ 양형기준상 실제 인자명과 정의는 범죄군별·시점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개별 사건에서는 해당 범죄군의 최신 양형기준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 특별감경인자 vs 일반양형인자 — 무엇이 다른가

특별양형인자는 일반양형인자보다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특별감경인자가 인정되면 권고 형량 영역이 한 단계 아래(감경영역)로 내려갈 가능성이 열리는 반면, 일반양형인자는 같은 영역 안에서 형량을 조정하는 자료로 기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처벌불원이 인정되면 권고 영역 자체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양형인자에 머무는 자료는 같은 영역 안에서의 미세 조정에 그치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특별감경인자와 특별가중인자가 경합할 때, 양형기준은 그 비교 결과에 따라 영역을 결정합니다. 특별감경인자만 2개 이상이거나 특별가중인자보다 2개 이상 많으면, 권고 형량범위 하한을 1/2까지 감경할 수 있다는 특별 조정 원칙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 양형기준의 법적 성격 — 권고인가, 강제인가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1항은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즉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관이 존중하여야 하는 권고적 성격의 기준입니다. 다만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판결을 할 때에는 그 이유를 판결서에 기재하여야 하므로(같은 조 제2항 단서), 사실상 매우 강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양형기준은 절대적 잣대가 아니라 사건마다 종합적으로 판단되는 참조 틀입니다.

7. 실무적 시사점

가. 두 문서는 대체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처벌불원서가 있으면 선처탄원서는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두 문서는 각각 다른 영역의 양형인자를 뒷받침합니다. 처벌불원서는 특별감경인자 ‘처벌불원’과 직결되고, 선처탄원서는 일반양형인자 영역에서 피고인의 생활환경·사회적 유대·재범 방지 환경을 보조하는 자료로 기능합니다. 두 인자는 영역 자체가 다르므로, 두 문서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로 작동합니다.

피고인의 평소 성품, 가족 관계, 사회적 역할, 재범 방지 노력 등은 피해자가 알 수 없는 정보이므로 처벌불원서에 담길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결국 가족·동료·지인의 선처탄원서를 통해서만 재판부에 전달될 수 있습니다.

나. 성범죄 사건에서의 특수한 고려

성범죄 사건에서는 처벌불원서 확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가 합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피고인 측과의 어떠한 접촉도 원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정당한 의사입니다. 이때 피고인 측이 할 수 있는 양형 노력의 중심축은 선처탄원서를 비롯한 정상자료 구성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갑니다.

이 경우 선처탄원서의 ‘질’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탄원인의 다양성(가족·직장·지역사회), 내용의 구체성(실제 일상에 기반한 서술), 진정성(형식적이지 않은 고유한 표현)이 모두 갖춰져야 재판부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양적으로 많은 탄원서보다, 한 장 한 장의 진정성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다. 공탁의 보충적 역할

피해자가 접촉이나 합의를 원하지 않는 경우, 그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피해 회복 노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활용되는 제도가 공탁(법원에 합의금을 미리 맡기는 절차)입니다. 양형기준은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끝에 합의에 이르지 못해 상당한 금액을 공탁한 사정 등을 양형 판단에서 참작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탁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불원과 동일하게 평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공탁의 시기·금액, 피해자의 수령 여부, 합의 거절의 경위 등이 함께 고려되며, 사안별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선처탄원서를 함께 제출하면 일반양형인자 영역에서의 평가를 보강할 수 있어, 두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권장됩니다. 양형 자료 전체가 마지막에는 선고유예·집행유예 여부와 같은 결정적 갈림길에서 작용하므로, 어느 자료 하나도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영역입니다. 사건 단계별 대응 흐름은 변호사 선임시기, 성범죄 사건 특수성에서 함께 정리해 두었습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선처탄원서만으로 정상참작감경(구 작량감경)을 받을 수 있나요?

A.아닙니다. 형법 제53조의 정상참작감경은 법관의 재량이며, 선처탄원서는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여러 자료 중 하나입니다. 사건 경위, 피해 정도, 피고인의 전과, 반성의 진정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Q.처벌불원서만 있으면 집행유예가 보장되나요?

A.그렇지 않습니다. 처벌불원서는 양형에서 유리한 요소이지만, 집행유예 여부는 범행의 경중, 피고인의 전과, 재범 위험성, 가중인자의 존재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Q.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법원을 구속하나요?

A.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다만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에 따라 법관은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하고, 이를 벗어나는 판결을 할 때에는 판결서에 그 이유를 기재하여야 하므로 사실상 매우 강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Q.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같은 효력을 가지나요?

A.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합의서에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면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인자 ‘처벌불원’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금전 지급만 기재된 합의서나 처벌불원 조항이 빠진 합의서는 같은 무게로 평가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처벌불원서를 한 번 제출하고 다시 거두어들일 수 있나요?

A.반의사불벌죄에서는 어렵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제3항의 법리에 따라, 한 번 적법하게 처벌희망 의사를 철회한 뒤에는 다시 처벌을 희망하는 쪽으로 번복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성범죄는 2013년 친고죄·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었으므로 이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으며, 의사 번복 사정 자체가 양형 판단에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Q.2013년 6월 이전에 발생한 성범죄에는 어떤 법이 적용되나요?

A.형벌법규는 원칙적으로 행위 시법에 의하므로, 범행 시점이 2013년 6월 19일 이전이라면 당시 법률과 해당 범죄 유형에 따라 친고죄·반의사불벌죄 규정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적용 법률, 행위시, 공소시효, 개정법 부칙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항소심에서 새로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의미가 있나요?

A.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성범죄와 같이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는 사건에서도, 항소심에서 새로 확보한 처벌불원서는 양형 자료로 제출할 수 있고, 1심 이후 진지한 합의가 이루어진 사정은 새로운 양형 사유로 평가되어 감경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의 공소기각 효력은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처탄원서와 처벌불원서는 이름이 비슷해도 법적 구조와 양형에서의 무게가 분명히 다릅니다. 한쪽은 제3자의 의견을, 다른 한쪽은 피해자의 의사를 담고 있고, 그 차이가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인자와 일반양형인자라는 서로 다른 자리로 이어집니다. 어떤 자료를 어떤 순서로 준비할지는 사건의 구체적인 경과와 피해자의 의사, 그리고 절차 단계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하며, 그 마지막은 결국 진실에 부합하는 정확한 정보를 수사기관과 법원에 차분히 전달하는 일에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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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전문변호사 이승혜
이승혜대표변호사
경력
  • 前 대검찰청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서울서부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서울북부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대구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광주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의정부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청주지검 충주지청 성범죄 전담 검사
포상
  • 2009년 검찰종장 표창
  • 2015년 법무부장관 표창
  • 2015년 대검찰청 성범죄 공인전문검사 인증
주소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254, 301호
(서초동, 오퓨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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