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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성기구는 모두 음란물건인가?|대법원 78도2327 해면체비대기 판결

2026. 05. 02

📂 CASE FILE : 성범죄·성풍속 범죄 리딩케이스(성기구 음란물건 기준) 해설 (수행사례 아님)

대법원 1978. 11. 14. 선고 78도2327 판결 / 음란물건제조·약사법위반

⚖️ 의미: ‘성기와 관련된 기구’라는 사정만으로는 형법상 ‘음란물건’으로 볼 수 없고, 그 기구 자체가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는 성격을 가졌는지를 객관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 리딩케이스

“성기와 관련된 기구라면 모두 음란한 물건일까?”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 대법원은 1978년 가을,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그 시절 어느 도시의 작은 점포 한 켠에는, ‘해면체비대기(海綿體肥大器)’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기구가 놓여 있었습니다. 단소(短小)·포경·몽정을 해결해 준다는 광고 문구가 함께 붙어 있었고, 당시 광고 문구는 의학적 효능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망설이며 그것을 들여다보았고, 누군가는 230개나 팔려 나간 그 물건이 결국 검찰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검찰의 시선은 두 갈래였습니다. “이건 음란한 물건이다.” 그리고 “의약품이 아닌데 의약품처럼 광고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성인용품 시장은 그 시절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이 판결은 여전히 중요한 참고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에 관련된 기능’을 가진 물건과 ‘음란한 물건’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성기구·성 관련 물건의 음란물건성 판단에서 중요한 초기 기준을 보여 준 판결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형법과 특별법이 성범죄를 어떻게 나누어 규율하는지 전체 그림이 궁금하시다면 성범죄 법률 체계 총정리도 함께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1. 사건의 재구성

ℹ️ 아래 사실관계는 공개된 대법원 판결문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본 사건은 저희 법무법인이 수행한 사건이 아니며, 성범죄·성풍속 분야의 중요 판결(리딩케이스)을 독자분들께 해설해 드리기 위해 선정한 판결입니다. 참고로 저희 법무법인의 종결사례 해설에서는 의뢰인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이처럼 상세히 공개하지 않습니다.

가. ‘해면체비대기’라는 물건

이 사건의 주인공은 ‘해면체비대기’라는 이름의 기구였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기구는 남성의 성기(음경)를 크게 만들 목적으로 제작된 도구(장치)였습니다. 일부 영역에 음경을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지만, 외관은 원통(圓筒) 형태였고, 누가 보더라도 사람의 성기를 직접 연상시키는 모양은 아니었습니다.

피고인은 모두 6명이었습니다. 그중 피고인 2는 이 기구에 첨부문서를 함께 넣어, “단소(성기가 짧고 작음), 포경, 몽정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하였습니다. 그 결과 약 230개의 기구가 개당 5,000원에서 13,000원에 판매되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도 적지 않은 수량이 판매된 셈입니다.

나. 두 갈래로 갈린 공소

검찰의 공소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음란물건제조죄입니다. 검찰은 해면체비대기가 형법상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약사법위반입니다. 의약품이 아닌 단순한 기구에 대해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표시·광고를 하여 판매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갈래의 공소는 서로 다른 법익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음란물건제조죄가 ‘사회 일반의 건전한 성풍속’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약사법은 ‘국민의 보건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같은 행위라도 어떤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은 달라집니다.

다. 1심·항소심·대법원의 경과

원심인 서울형사지방법원(78노2065)은 음란물건제조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약사법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양측 모두 불복하였습니다. 검사는 음란물건제조 무죄 부분을 다투고자 상고하였고, 피고인 2는 약사법위반 유죄 부분을 다투고자 상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음란물건제조 부분의 무죄와 피고인 2의 약사법위반 유죄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문만으로는 원심의 구체적 형량까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2. 핵심 쟁점: ‘음란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이 사건의 본질적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해면체비대기가 형법상 ‘음란한 물건’에 해당하는가.

형법 제243조(음화반포등)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판매·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상영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244조(음화제조등)는 제243조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소지·수입·수출한 자에 대해서도 같은 형량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음란한 물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률이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입법자가 세부 정의를 두지 않은 데에는, 음란성 개념이 시대와 사회의 도덕관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한 시대의 외설이 다른 시대에는 예술이 되기도 하고, 한 사회의 풍속이 다른 사회에는 야만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음란성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유동적’ 개념일 수밖에 없으며, 결국 법원은 사회통념과 전체적 관찰 방법에 따라 객관적·규범적으로 음란성을 판단해 왔습니다. 이 사건은 그 빈 공간에 비교적 이른 시기에 분명한 ‘기준선’을 그어 준 사례에 해당합니다.

검찰의 시각은 단순했습니다. “성기와 관련된 기구다, 그러므로 음란하다.” 그러나 원심과 대법원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음 절에서 살펴보겠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음란물건의 판단 기준 — 검사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음란물건의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습니다.

🏛️ 판결 요지

“기록과 증거물에 의하여 보면 해면체비대기는 일부에 음경을 넣게는 되어 있으나 원통으로 되어 있어 음경을 연상케 함도 없고, 그 전체에서 성에 관련된 어떤 뜻이 나온다고도 인정될 수 없으니, 그 기구 자체가 성욕을 자극, 흥분 혹은 만족시키게 하는 음란물건이라고 할 수 없다.

이 판시는 짧지만 음란성 판단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 두 가지 기준으로 압축됩니다.

첫째, 물건의 외형과 형태입니다. 그 물건이 성기를 사실적으로 연상시키는 모양인지, 그 전체에서 ‘성에 관련된 의미’가 도출되는지를 봅니다. 해면체비대기는 원통형 외관이었고, 그 모양만으로는 사람의 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없었습니다.

둘째, 물건이 ‘그 자체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는 성격을 가졌는지입니다. 단순히 ‘성기와 관련된 기능적 용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해면체비대기는 음경의 신체적 변화(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도구였을 뿐, 기구 자체가 성적 쾌감을 제공하거나 성행위 장면을 묘사·재현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두 기준을 결합하면 한 가지 원칙이 도출됩니다. 대법원은 물건의 음란성을 ‘기능적 용도’가 아닌 ‘객관적 성격’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어떤 물건이 성기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된다는 사정 그 자체는 음란성을 판단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물건의 외관, 디자인, 전체적 인상이 일반인의 입장에서 성적인 자극 그 자체를 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느냐입니다.

나. 약사법위반 판단 — 피고인 2의 상고에 대하여

한편 피고인 2의 상고도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해면체비대기는 ‘기구’의 일종으로서 약사법 제2조 제4항(당시 조문)에 비추어 ‘의약품’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첨부문서에 단소·포경·몽정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를 기재하여 마치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키고, 230개를 개당 5,000원에서 13,000원에 판매한 행위는 약사법(과대광고 등에 관한 규정)에 저촉됩니다. 또한 사실오인이나 양형부당은 대법원 상고심에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이 판단의 의미는 가볍지 않습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음란성’ 측면에서는 무죄가 되었지만, ‘의약품 유사 표시·광고’ 측면에서는 유죄로 인정된 것입니다. 즉, 한 사건에서 두 개의 법익이 동시에 검토되었고, 각자의 잣대로 따로 판단되었습니다.

4. 판결의 의의 — ‘성 관련 기구 ≠ 음란물건’

이 판결의 핵심적 의의는 한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성적 기능과 관련된 물건’과 ‘음란한 물건’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이 판결이 속하는 법체계 전반에 관해서는 형법 제22장(성풍속에 관한 죄) 해설을 함께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음란물건으로 평가되려면, 해당 물건 자체가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의학적 효과를 내세운 보조기구나 위생적 용도의 기구가 단지 성기와 관련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음란물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의학 교과서에 인체 해부도가 실려 있다고 해서 그 책이 곧 ‘음란한 도서’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만 이 판결이 다룬 해면체비대기는 원통형이라는 점, 즉 외형상 성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한 전제였습니다. 성기를 사실적으로 묘사·재현한 형태의 기구라면 어떻게 평가될지에 관해 이 판결은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으므로, 그 경우의 결론은 별도로 검토할 사안에 해당합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제품의 외관, 사용 목적, 포장·광고, 전시·판매 방식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 판결이 음란물건제조 부분과 약사법위반 부분을 서로 분리하여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이 판결은 ‘형법상 음란성 판단’과 ‘광고·표시 규제’가 별개의 층위에서 움직인다는 점까지 함께 보여 줍니다.

이 판결의 또 다른 의미는, ‘음란’이라는 개념의 외연을 합리적으로 제한했다는 데 있습니다. 만약 성적 기능과 관련만 되면 음란물건이라고 본다면, 의료용 콘돔이나 위생용 기구, 의학적 보조기구까지 형사처벌의 그물에 걸릴 수 있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그러한 과잉 적용을 미리 차단하였다고 평가됩니다.

5. 1978년 이후 — 음란성 판단 기준은 어떻게 발전했나

이 판결이 선고된 1978년 이후, 음란성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은 사회 변화와 함께 더욱 정교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이 판결이 제시한 골격 위에, 후속 판례가 살을 붙여 온 셈입니다.

가. 음란성의 기본 정의가 정교해지다

대법원은 후속 판결을 통해 음란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해 왔습니다.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는 일반론이 그것입니다. 이 사건 판결의 “성욕을 자극, 흥분 혹은 만족시키게 하는”이라는 표현은 이 일반론의 초기 형태로 평가됩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2000년대 이후 음란성 판단을 한층 더 엄격하게 가다듬었습니다.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이어야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8도254 판결 등). 이 기준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 정보 판단에서 제시된 것이지만, 형법상 음란성 판단과도 같은 흐름에서 참고됩니다.

📌 쉽게 풀어보면

음란성은 ‘성적인 느낌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표현물 전체가 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면서 인격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인지까지 살펴봅니다. 즉, “야하다 / 안 야하다”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인격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냐”가 잣대입니다.

이 흐름은 헌법재판소도 같은 방향으로 정리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43조·제244조의 ‘음란’ 개념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성기구 판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도 않는다는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3. 8. 29. 선고 2011헌바176 결정).

나. 디지털 시대 — ‘물건’의 외연을 둘러싼 새로운 쟁점

한편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형법 제243조·제244조의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의 외연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위 조항에서 말하는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도3140 판결).

이 법리는 이후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0도1669 판결에서도 유지되어, 컴퓨터 파일 형태의 음란합성사진은 형법 제244조의 ‘음란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확인되었습니다. 위 판결은 지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사진 파일의 제작을 의뢰한 행위를 음화제조교사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이었는데, 대법원은 합성된 사진 ‘파일’ 자체는 형법 제244조가 말하는 ‘음란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디지털 음란물이 처벌에서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 등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별도의 규율이 마련되어 있고,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규정이 일반적인 디지털 음란물에 적용됩니다. 즉 같은 음란물이라도 그 형태(물리적 물건인지, 디지털 정보인지)와 등장인물(아동·청소년 여부, 동의 여부 등)에 따라 어느 법률이 적용되는지가 갈립니다.

다. 그래도 1978년 판결의 골격은 살아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이 판결이 제시한 기본 틀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기능적 용도’가 아니라 ‘객관적 성격’으로 음란성을 판단한다는 원칙은, 오프라인의 물리적 성인용품에 대해서는 지금도 사실상 첫 번째 잣대 역할을 합니다. 성인용품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진 오늘날, 어떤 제품은 음란물건에 해당할 수 있고 어떤 제품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그 분기점에 늘 이 판결의 법리가 놓여 있는 것입니다.

6. 이승혜 변호사의 평석

이 사건 판결은 1978년에 선고된 오래된 판결이지만, ‘음란물건’ 판단의 기준점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지금도 참고 가치가 있습니다. 형법 제243조·제244조의 조문이 1995년 일부 표현이 다듬어진 것 외에는 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판결의 선례적 가치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같은 장의 형법 제245조(공연음란) 조문도 함께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1. 성에 관련된 기구라고 해서 자동으로 음란물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음란성은 그 물건의 ‘기능’이 아니라 ‘객관적 성격’으로 판단한다.
  3. 같은 사안이라도 적용 법률은 여러 갈래로 갈라질 수 있다 — 형법, 약사법, 정보통신망법,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접근 제한 등.

특히 마지막 점은 실무에서 자주 간과되는 지점입니다. 이 사건만 보아도, 검찰은 ‘음란물건제조’와 ‘약사법위반’이라는 두 갈래의 법적 평가를 동시에 시도하였고, 결과적으로 두 갈래는 정반대의 결론으로 갈라졌습니다. 음란성 측면에서는 무죄, 의약품 유사 표시·광고 측면에서는 유죄. 같은 행위가 어떤 잣대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오늘날 성인용품 판매·홍보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검토해야 할 영역이 더 넓어집니다. 물건 자체가 형법상 음란물건인지뿐 아니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음란 정보가 있는지,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접근 제한 등 청소년 보호 관련 규율을 지켰는지, 광고·표시가 의료적 효능을 오인시키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 판결이 약사법위반 부분을 별도로 인정한 점은, ‘같은 사건에서도 적용 법률은 여러 갈래로 갈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좋은 예시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판결은 형법상 음란물건 개념을 지나치게 넓히지 않으려는 절제된 접근을 보여 줍니다. 성기와 관련된 모든 기구를 음란물건으로 단정해 버렸다면, 정상적인 의료기구나 위생용품, 성기능 보조기구의 영업이 일률적으로 위축되었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한 과잉 적용 대신 객관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한 판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판결만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형태의 기구는 어떻게 판단할지, 광고 방식이나 포장 디자인이 그 자체로 음란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디지털 환경에서의 음란성 판단 기준은 어떻게 진화해 갈지 —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이 판결의 핵심 정리

남성 성기확대기구인 ‘해면체비대기’는, 원통형 외관으로 성기를 직접 연상시키지 않고, 전체적 인상 역시 성적 자극 자체를 목적으로 한 물건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는 ‘음란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즉, ‘성에 관련된 기능을 가진 물건’이 곧 ‘음란한 물건’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사안이라도 약사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한 별도의 책임은 얼마든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형법상 ‘음란한 물건’이란 무엇인가요?

A.형법 제243조·제244조에서 말하는 ‘음란한 물건’이란, 그 물건 자체가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흥분 또는 만족시키는 성격을 가진 물건을 의미합니다. 후속 판례에서는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주는 정도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정도로 노골적인 방식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이어야 한다고 보다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단지 ‘성과 관련된 기능적 용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음란물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성인용품은 모두 음란물건에 해당하나요?

A.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판결의 법리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외형, 형태, 전체적 인상 등을 종합하여 그 자체가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는 성격을 가졌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같은 ‘성인용품’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어떤 제품은 음란물건이 될 수 있고, 어떤 제품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Q.음란물건 제조·판매의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A.형법 제243조에 따르면 음란한 물건을 반포·판매·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제244조에 따라 그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제조·소지·수입·수출한 자도 같은 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사안이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 아청법 등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Q.‘음란성’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대법원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며,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후속 판례에서는 이를 더 엄격하게 다듬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정도로 노골적인 표현·묘사여야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8도254 판결 등 참조). 음란성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유동적 개념이라는 점도 같이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Q.이 판결에서 약사법위반은 왜 유죄가 된 건가요?

A.해면체비대기는 ‘기구’의 일종일 뿐 의약품이 아닙니다. 그런데 피고인 2는 첨부문서에 단소·포경·몽정 등 의학적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를 기재하여, 의약품이 아닌 기구에 대해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표시·광고를 하면서 230개를 판매하였습니다. 이는 약사법에서 금지하는 의약품 유사 광고에 해당하여 유죄로 인정된 것입니다.

Q.1978년 판결인데 지금도 유효한가요?

A.이 판결의 핵심 법리, 즉 ‘물건 자체가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음란성을 판단한다는 골격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참고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이후 대법원은 후속 판례를 통해 그 기준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었지만, 이 판결의 기본 틀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형법 제243조·제244조의 조문 자체도 골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성인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은 합법인가요?

A.온라인 판매 자체가 곧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검토해야 할 법률이 여러 갈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해당 제품이 형법상 음란물건에 해당하는지, ② 광고·표시 방식이 약사법이나 표시·광고 관련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지, ③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접근 제한 등 청소년 보호 관련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 ④ 디지털 콘텐츠가 함께 유통되는 경우 정보통신망법·성폭력처벌법·아청법 등의 적용 가능성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구체적인 결론은 개별 제품의 성격과 거래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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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전문변호사 이승혜
이승혜대표변호사
경력
  • 前 대검찰청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서울서부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서울북부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대구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광주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의정부지검 성범죄 전담 검사
  • 前 청주지검 충주지청 성범죄 전담 검사
포상
  • 2009년 검찰종장 표창
  • 2015년 법무부장관 표창
  • 2015년 대검찰청 성범죄 공인전문검사 인증
주소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254, 301호
(서초동, 오퓨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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