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는 ‘행위자 처벌’만큼이나 온라인에서의 추가 유포를 얼마나 빨리 막느냐가 권리 구제의 핵심이 됩니다. 이때 실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법이 바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입니다. 본 글에서는 정보통신망법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규정과 실제 작동 방식을 상세히 검토합니다.
한눈에 보기
① 게시물·영상·댓글이 올라왔다면 → 삭제요청(제44조의2)
② 다툼이 예상되면 → 임시조치(블라인드, 최대 30일)
③ 플랫폼이 조치하지 않으면 → 심의·시정요구 절차 + 형사 절차
④ 일정 요건의 사업자는 →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책임자(제44조의9) 및 기술적·관리적 조치(제44조의7 제5항)
1. 정보통신망법이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서 중요한 이유
형법 및 특별법(예: 성범죄 법률 체계)은 주로 행위자의 ‘행위’(촬영·유포·협박 등)를 처벌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반면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의 건전한 이용을 촉진하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합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불법정보 유통을 신속히 차단하고, 플랫폼(포털·SNS·커뮤니티 등)의 역할과 절차를 구체화하여 2차 확산을 방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일단 유포되면 확산을 통제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집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행위자 처벌만으로는 권리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자 입장에서는 “처벌”보다 먼저 “삭제”가 급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 용어만 보더라도, 동일한 영상이라도 ‘불법촬영물’,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성착취물’로 분류되면 적용 법률과 절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 단계부터 어떤 유형의 불법정보인지를 분류하고, 그에 맞는 삭제·차단 경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 | 정보통신망법의 이중적 목표
정보통신망법은 단순히 규제만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정보통신망의 ‘이용 촉진’이라는 진흥적 측면과 ‘정보 보호’라는 규제적 측면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그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균형 잡힌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사안에 따라 벌칙 조항(제70·72·73·74조)이 문제될 수 있고, 명예훼손·모욕·스토킹 등 다른 범죄와 함께 다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제44조의7: 불법정보 유통금지와 차단의 법적 근거
가. 제44조의7 제1항: 불법정보의 대표 유형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어서는 안 되는 불법정보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합니다. 디지털 성범죄와 직접 관련된 범주는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 음란물 유통(제1항 제1호):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영상의 배포·판매·임대·공공연한 전시
- 사이버 명예훼손(제1항 제2호): 비방 목적의 사실 또는 허위사실 적시로 타인 명예 훼손
- 공포·불안 유발 정보의 반복 도달(제1항 제3호): 특정인에게 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을 반복 전송(디지털 괴롭힘·스토킹 성격)
- 범죄 목적 유통 정보(제1항 제9호):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특히 제1항 제9호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정보의 유통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으로, 여기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및 제14조의2에 따른 불법 촬영물·편집물·합성물·가공물 또는 복제물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따른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포함됩니다.
| 불법정보 유형 | 관련 법조항 | 주요 내용 |
|---|---|---|
| 음란물 유포 | 제44조의7 제1항 제1호 | 음란한 영상, 사진 등의 배포·판매·임대·공연전시 행위를 규제합니다. |
| 사이버 명예훼손 |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 성적인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 공포·불안 유발 반복 전송 | 제44조의7 제1항 제3호 |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행위를 규제합니다. |
| 범죄 목적 유통 정보 | 제44조의7 제1항 제9호 (제3항 특별규정) | 불법촬영물(성폭력처벌법 연계), 아동·청소년성착취물(청소년성보호법 연계) 등이 해당됩니다. 수사기관 요청 시 신속 삭제 조치 대상입니다. |
예를 들어, 사실관계가 정리된 뒤에는 명예훼손 고소로 이어지거나, 공갈·협박과 결합되어 분쟁이 확대되는 경우가 있어(삭제·차단 + 형사 절차 병행), 초기부터 대응 목표(삭제/행위자 특정/처벌/합의 등)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심의·시정요구 절차: 플랫폼이 조치하지 않을 때의 다음 단계
플랫폼이 삭제를 지연하거나, 해외 사업자·익명 커뮤니티처럼 대응이 더딘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1) 플랫폼 자체 신고, (2) 정보통신망법상 삭제요청, (3) 심의·시정요구, (4) 수사기관 절차가 단계적으로 검토됩니다.
같은 조 제3항에서는 성적 촬영물·허위영상물(딥페이크)·아동·청소년성착취물처럼 사회적 위해가 큰 유형에 대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수사기관의 장의 요청이 있으면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시정 요구를 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처리를 거부·정지·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속한 차단이 가능합니다.
용어 참고: 관련 법령 개정으로 현재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라는 명칭이 사용됩니다(2025.10.1. 타법개정). 다만 실무에서는 이전 명칭인 ‘방송통신위원회’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이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심의·시정요구’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합니다.
실무 팁: ‘반드시 심의 절차를 거쳐야만 삭제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조치하지 않는 경우, 심의·시정요구는 접속차단·삭제를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다음 수단이 됩니다.
3. 제44조의2: 삭제요청·임시조치(블라인드) 실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는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삭제 또는 반박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자는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 신청인과 정보게재자에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권리 침해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임시조치(블라인드)로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최대 30일간 차단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핵심 포인트 |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쟁점 |
|---|---|---|
| 삭제요청 | 권리침해 소명 + 신속 조치 | 신분 확인(대리권), 원본 URL 특정, 소명자료(캡처·메타데이터) 충분성 |
| 임시조치 | 최대 30일 블라인드(분쟁 대비) | 사실관계 다툼이 있는 명예훼손/리뷰 분쟁, 반박권 vs 신속차단의 균형 |
| 심의·시정요구 | 플랫폼이 미조치 시 다음 단계 | 해외 사이트, 텔레그램·익명 커뮤니티 등 자율조치 한계 시 활용 |
참고 | 임시조치 제도의 의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4항에 따른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는 권리 침해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사업자가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최대 30일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추가 확산을 막으면서 심의 신청이나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삭제요청을 준비할 때는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단순 캡처 외에도, URL·게시 시각·작성자 ID·파일 해시값 등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어 IP 추적·통신사실확인자료 같은 절차가 함께 검토되기도 합니다.
가. 권리 구제 절차의 흐름
- 침해 사실 인지 및 증거자료 수집: 침해 사실을 인지한 즉시 해당 게시물의 URL, 화면 캡처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임시조치 요청: 각 웹사이트의 고객센터나 권리침해신고센터를 통해 소명자료와 함께 삭제 또는 임시조치를 요청합니다.
- 심의·시정요구 절차: 사업자가 조치를 거부하거나 해외 사업자인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여 시정요구(삭제, 접속차단 등)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 수사기관 신고: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경찰에 신고하여 형사 절차를 진행합니다. 특히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불법 촬영물과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등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3항에 따라 수사기관의 장이 요청할 수 있어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절차는 개인이 혼자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관련 쟁점을 정리한 글로 AVMOV 사건 해설도 함께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4. 제44조의9·제44조의7 제5항: 플랫폼의 책임과 기술적 조치
가.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책임자(제44조의9)
정보통신망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고 공개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불법촬영물등’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 불법촬영물(카메라등이용촬영죄):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
-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따른 편집물·합성물·가공물 또는 복제물
-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따른 성착취물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책임자는 단순 “명칭만 올려두는” 역할이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1항에 따른 불법촬영물등의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 업무를 수행합니다. 따라서 플랫폼 신고 과정에서 답변이 없거나 미흡하다면, 책임자 공지 여부와 내부 처리 규정(신고 프로세스)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제44조의7 제5항)
또 하나 중요한 축은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5항(2024.1.23. 신설)은 국내에 데이터를 임시적으로 저장하는 서버(예: 캐시 서버)를 설치·운영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에게 불법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의무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내용이 포함됩니다.
-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불법정보가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지 식별하여 신속하게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
- 식별한 정보의 게재자에게 해당 정보의 유통금지를 요청하는 조치
- 조치의 운영·관리 실태를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되도록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보관하는 조치
주의: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는 ‘모든 플랫폼’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임시저장 서버 운영 여부와 규모 등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됩니다. 다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플랫폼 규모와 무관하게, 삭제요청(제44조의2)·심의·수사 절차를 통해 실질적 차단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 의무 사항 | 근거 조항 | 상세 내용 |
|---|---|---|
| 불법정보 취급 거부·정지·제한 | 제44조의7 제2항·제3항 |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불법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인지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처리를 거부·정지·제한해야 합니다. |
| 삭제·임시조치 의무 | 제44조의2 |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임시조치를 해야 합니다. |
|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 | 제44조의9 제1항 |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는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고 관련 조치를 이행해야 합니다. |
|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 | 제44조의7 제5항 | 국내 임시저장 서버를 운영하고 대통령령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불법정보 식별·접근 제한·기록 보관 등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만약 사업자가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여 권리 침해가 발생하거나 확산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6항에 따르면 사업자가 동조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5. 성폭력처벌법·스토킹처벌법과의 관계 및 법률 경합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보통 한 개 법률로 끝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인 능욕’ 형태의 딥페이크는 패러디/표현의 자유 주장과 충돌할 수 있고, 실제로는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모욕, 스토킹처벌법까지 함께 검토되는 일이 잦습니다.
참고 | 규율 대상의 차이: 행위 vs 유통
가장 큰 차이점은 성폭력처벌법이 주로 불법 촬영물의 ‘촬영’, ‘반포’, ‘제공’ 등 범죄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 정보 그 자체와 이를 방치한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규율한다는 점입니다.
- 성폭력처벌법은 촬영·유포·편집·합성 등 범죄 행위자 처벌이 중심입니다 (예: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유형별 방어 전략 참고).
- 정보통신망법은 온라인에서의 유통 차단·삭제요청 절차와 플랫폼의 역할을 구체화합니다.
- 스토킹처벌법은 반복적인 연락·감시·위협 등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다루며, 사안에 따라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위반, 벌칙(제20조)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 성적 내용의 연락·전송 자체가 쟁점이라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가 병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성폭력처벌법이 행위자를 처벌하는 역할을 한다면, 정보통신망법은 정보 확산을 차단하고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두 법률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대응 흐름 체크리스트
1) URL·캡처·게시자 정보 등 증거 확보
2) 플랫폼에 삭제요청/임시조치 접수(가능하면 즉시)
3) 재유포·협박이 있으면 추가 확산 차단과 함께 형사 절차 병행
4) 유사 사건 흐름은 종결사례 해설 – 디지털성범죄에서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