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의사와 환자, 교수와 제자 등 우리 사회는 수많은 신뢰·권위 관계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힘의 불균형이 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때, 법은 어떻게 개입할까요? 형법 제303조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그 존재 이유를 찾습니다. 이 조항은 단순한 성범죄를 넘어, 사회적·직업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남용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성범죄 규정은 형법 조문뿐 아니라 특별법까지 함께 보아야 전체 구조가 잡히므로, 큰 그림이 필요하다면 성범죄 형법·특별법 법률 체계 해설을 먼저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본 글은 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의 블로그 형식에 맞춰, 형법 제303조의 개념부터 실무 쟁점, 절차·지원 제도까지 핵심만 정리해 드립니다.
형법 제303조(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①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2012. 12. 18., 2018. 10. 16.>
②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그 사람을 간음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2018. 10. 16.>
1. 형법 제303조의 핵심 개념: ‘업무상 위계 또는 위력’이란?
형법 제303조는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죄’를 규정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보호·감독 관계에서 발생하는 우위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억압하거나 왜곡한 채 ‘간음’에 이르는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가. 제1항(피보호자간음/피감독자간음): 위계와 위력
제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단순히 “아는 사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한쪽이 다른 쪽을 보호하거나 감독하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직장 내 상사-부하, 교사-학생, 의사-환자, 종교지도자-신도, 상담자-내담자 등에서 문제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위계(僞計)’와 ‘위력(威力)’입니다. 위계란 상대방의 부지(不知) 또는 착오를 이용하는 기망적 수단을 말하고, 위력은 폭행·협박처럼 눈에 보이는 강제력뿐 아니라 지위·권세·인사권·평가권 등으로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모든 세력을 폭넓게 포함합니다.
실무에서는 “이게 정말 위력이냐?”가 최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력 판단 요소(지위·권한 범위, 종속관계, 불이익 가능성, 거부 표현 가능성 등)는 업무상위력추행 vs 강제추행 비교 글에서 사례 중심으로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 ‘추행’에 해당한다면 적용 법령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3조는 ‘간음’을 규율하지만, 같은 구조의 권력관계에서 ‘추행’이 문제 되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때는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적용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나. 제2항(피감호자간음)의 특수성: 구금시설 감호자의 간음
제303조 제2항은 교도관·구치소 직원 등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피구금자를 간음한 경우를 규정합니다. 이 경우 조문 자체에 ‘위계 또는 위력’ 요건이 없으므로, 감호자-피구금자 관계와 간음 사실이 핵심 판단 요소가 됩니다. 입법 취지상, 구금 상황의 압도적인 권력 불균형을 고려하여 동의 여부를 다투기보다 감호자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구조로 이해하시면 안전합니다.
2. 업무상위계·위력등에 의한 간음죄의 성립 요건
업무상위계·위력등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려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부적절한 관계”와 “형사처벌 대상 범죄”의 경계는 결국 관계의 특수성과 위계·위력의 작동에서 갈립니다.
가. 제1항: 업무상 보호·감독 관계에서의 위계·위력 간음
1) 주체: 보호·감독 관계에 있는 자
행위자는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우월적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인사권·평가권·계약갱신 권한처럼 피해자에게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조직문화상 거절이 가능한 분위기였는지 등이 함께 검토됩니다.
2) 객체: 보호·감독을 받는 자
피해자는 행위자의 보호 또는 감독 아래에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같은 회사”라는 사실만으로 자동 인정되지는 않고, 실제로 어느 정도의 종속성이 있었는지가 사건별로 문제 됩니다.
3) 행위: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가장 핵심 요건은 ‘위계 또는 위력’이 ‘간음’으로 이어졌는지입니다. 위력의 행사가 반드시 성관계 직전에 노골적으로 드러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관계에서 누적된 압박·통제 구조가 피해자의 선택을 사실상 봉쇄했는지(=자유의사 제압)가 포인트가 됩니다.
‘동의’ 판단: 형식이 아니라 ‘진정한 의사’가 핵심
법원은 단순히 표면적 동의 표시만 보지 않고, 그 동의가 위계·위력의 영향 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형성된 ‘진정한 의사’인지를 실질적으로 심리합니다. 따라서 겉으로 저항이 없었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 불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나. 제2항: 구금시설 감호자의 간음
| 구성요건 | 상세 설명 |
|---|---|
| 주체 |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 (교도관, 구치소 직원 등) |
| 객체 |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 (수형자, 미결수용자 등) |
| 행위 | 간음 (위계나 위력의 증명 불필요) |
제2항의 가장 큰 특징은 위계나 위력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구금 상황 자체가 절대적인 권력 불균형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간음’ 사실만 입증되면 범죄가 성립합니다. 이는 피구금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더욱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3. 유사 범죄와의 비교
형법 제303조는 ‘폭행·협박’이 명시된 강간죄와 달리, 관계의 권력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다음 조문들과 함께 검토되는 일이 많아, 초기에 개념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강간죄(형법 제297조), 유사강간(형법 제297조의2),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준강간·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 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추행(형법 제302조)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7조(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같은 가중 규정이 문제될 수 있어, 나이 기준은 의제강간 나이 기준 정리도 함께 확인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구분 | 피보호자간음죄 (형법 제303조 제1항) |
피감호자간음죄 (형법 제303조 제2항) |
강간죄 (형법 제297조) |
미성년자등 간음·추행 (형법 제302조) |
|---|---|---|---|---|
| 행위 수단 | 위계 또는 위력 | 간음(수단 불문) | 폭행 또는 협박 | 위계 또는 위력 |
| 당사자 관계 | 보호·감독 관계가 필수 | 감호자-피구금자 관계 필수 | 특별한 관계 불필요 | 특별한 관계 불필요 (피해자가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 |
| 법정형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10년 이하의 징역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5년 이하의 징역 |
요약하면, 강간죄는 폭행·협박이라는 직접적 강제력이 핵심인 반면, 형법 제303조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구조입니다. 사건을 다룰 때는 ‘어떤 행위(간음/추행/유사성행위)’가 문제인지, 그리고 ‘어떤 수단(폭행·협박/위계·위력/항거불능)’이 작동했는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4. 실무적 적용과 주요 쟁점
법 조문만으로는 실제 사건에서 형법 제303조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보호·감독 관계가 있었는지”, “위력이라고 볼 만한 지배·통제 구조가 있었는지”, “진정한 동의가 가능한 상황이었는지”가 자료(메시지·통화·지시 내용·인사권 행사 정황·주변 진술 등)와 함께 입증·반박의 대상이 됩니다.
실무 포인트: ‘무형적 지배관계’도 위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폭행·협박처럼 드러난 강제력이 없더라도, 지위·권한·평가권을 배경으로 한 심리적 지배가 지속되었다면 법원은 그 자체를 ‘위력’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을 분석할 때는 “당시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 있었는지”를 관계·조직문화·불이익 가능성까지 포함해 입체적으로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성범죄 사건에서는 진술의 일관성 문제, 지연 신고, 관계의 복합성 등이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판례는 이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관점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처한 맥락을 무시한 채 단순 잣대로 진술 신빙성을 평가하는 것을 경계하는 흐름도 보입니다. 다만 이는 증거원칙을 완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결국 사건 기록과 객관자료의 정리가 핵심입니다.
5. 대응 절차·지원 제도 안내
업무상위계·위력 사건은 “관계의 증거”가 핵심이 되는 만큼, 초기 대응이 결과에 큰 영향을 줍니다. 피해자든 피의자든, 감정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증거 보존·진술 구조화·절차 대응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 연락을 받은 직후에는 경찰 연락을 받았을 때의 초기 대응 체크리스트처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직접 연락·회유·말맞추기 등)”부터 확인하시는 것이 좋고, 변호사 선임 타이밍에 대한 일반적 기준은 성범죄 사건의 변호사 선임 시기 글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또한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서는 ‘처벌불원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관련 내용은 처벌불원서의 특별한 의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필요 시에는 성범죄합의 지원센터처럼 직접 접촉 없이 절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도 고려됩니다(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음).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거나 이의신청을 고민하는 경우라면 불송치·이의신청 용어 해설을 통해 절차를 먼저 이해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실무 감각을 잡기 위해서는 ‘유사 사건이 어떤 흐름으로 종결되는지’를 보는 것도 유용합니다. 종결사례 해설에서 전체 흐름을 확인할 수 있고, 예시로 2024년 9월 업무상위력추행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사례, 그리고 무죄 종결사례(연간 결산)도 함께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 지원 기관 | 주요 지원 내용 | 연락처 |
|---|---|---|
| 해바라기센터 |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심리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 | 1899-3075 |
| 여성긴급전화 1366 | 365일 24시간 긴급 상담, 긴급 피난처 연계, 의료·법률 기관 연계 | 1366 |
| 대한법률구조공단 | 무료 법률 상담 및 소송 구조(지원 범위는 사안별 상이) | 132 |
더 많은 질문은 자주 묻는 질문(Q&A)에서 정리해 두었고, 구체 사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면 상담신청을 통해 상황을 남겨 주시면 사건 단계에 맞는 안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