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무르익은 늦은 밤, 누군가는 즐거운 추억을 안고 귀가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몽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과도한 음주나 약물, 수면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나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을 때, 이러한 취약한 상태를 이용한 성적 행위는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죄로 처벌됩니다.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는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경우 강간죄 및 강제추행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본 글에서는 형법 제299조의 법적 개념과 구성요건, 강간죄 및 강제추행죄와의 차이점, 실무상 쟁점이 되는 판례, 그리고 피해자 지원 제도까지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 형법 제299조의 정의와 핵심: ‘준(準)’의 의미
형법 제299조는 ‘준강간, 준강제추행’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범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준(準)’이라는 한 글자입니다. 법률 용어에서 ‘준’은 ‘~에 준한다’, 즉 ‘~와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따라서 준강간죄는 강간죄와, 준강제추행죄는 강제추행죄와 동일하게 처벌받는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준’이라는 말을 붙여 별도의 조항을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범행의 ‘수단’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강간죄(형법 제297조)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반면, 준강간죄는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것을 범행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법이 물리적인 저항을 억압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악용하는 행위 역시 동일한 수준의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형법 제299조 법률 조문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및 제298조(강제추행)의 예에 의한다.
2. ‘심신상실’과 ‘항거불능’: 준강간죄 성립의 핵심 요건
형법 제299조가 적용되기 위한 가장 결정적인 요건은 바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가해자가 이러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상태는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될까요?심신상실 (Unconsciousness)
심신상실은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준강간죄의 맥락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경우가 해당될 수 있습니다.- 깊은 수면 상태: 잠에 깊이 빠져 외부 자극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 만취 또는 약물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패싱아웃): 술이나 약물로 인해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
- 정신 질환: 중증의 정신 질환으로 인해 성적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경우
항거불능 (Inability to Resist)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반항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말합니다. 의식은 있더라도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입니다.- 심한 명정 상태: 의식은 있지만, 술에 너무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저항하려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
- 약물에 취한 상태: 마약이나 기타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사고와 신체 제어가 어려운 경우
- 권력 관계나 심리적 압박: 가해자와의 특수한 관계(예: 직장 상사, 스승)로 인해 감히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극심한 심리적 위축 상태 (판례에 따라 인정 범위가 다를 수 있음)
⚠️ ‘이용’의 의미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그것을 기회로 삼아 간음이나 추행의 행위로 나아갔다는, 즉 ‘이용’의 고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3. 준강간죄 vs. 강간죄: 결정적 차이점과 법적 판단 기준
준강간죄와 강간죄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본질이 같고, 처벌 수위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두 범죄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하며, 이를 이해하는 것은 법적 판단 기준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앞서 언급했듯 ‘범행의 수단’입니다. 강간죄는 가해자가 ‘폭행·협박’이라는 적극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준강간죄는 가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고 있는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소극적으로 ‘이용’하는 구조입니다.구분 | 강간죄 (형법 제297조) | 준강간죄 (형법 제299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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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수단 | 폭행 또는 협박 (가해자의 적극적 행위) |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 이용 (피해자의 상태 이용) |
피해자 상태 | 가해자의 폭행·협박으로 인해 항거가 곤란한 상태 | 범행 이전부터 이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 |
가해자 행위 | 피해자의 저항을 억압하고 간음 |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기회로 삼아 간음 |
법정형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강간죄와 동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4. 처벌 수위와 실제 판례: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형법 제299조는 준강간죄를 강간죄와 동일하게, 준강제추행죄를 강제추행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취약한 상태를 이용한 범죄의 비난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입법자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의 처벌 규정
- 준강간죄: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간죄와 동일)
- 준유사강간죄: 2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강간죄와 동일)
- 준강제추행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강제추행죄와 동일)
- 피해자의 상태: 사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목격자 진술, CCTV 영상 등을 통해 피해자가 얼마나 취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 사건 전후의 정황: 범행 장소에 가게 된 경위,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화 내용, 범행 이후 피해자의 반응 등을 면밀히 살핍니다.
- 피해자의 진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점은 없는지 등을 검토합니다.
5. 피해자 보호 및 법적 대응: 알아두어야 할 권리와 지원 제도
준강간, 준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면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고 정당한 권리를 찾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피해자가 알아두어야 할 초기 대응과 지원 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증거 확보 및 초기 대응
사건 직후에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몸을 씻지 않은 상태로 즉시 병원이나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증거를 채취(응급키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해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통화 기록, 함께 있었던 장소의 CCTV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수사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전문 기관의 도움 요청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마십시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 지원 기관이 많이 있습니다. 이 기관들은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지원 등 통합적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기관명 | 주요 지원 내용 | 연락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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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센터 |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지원, 심리치료 연계 | 여성긴급전화 1366 |
성폭력상담소 | 심리 상담, 의료 및 법률 지원 연계, 치유 회복 프로그램 운영 | 전국 지역별 상담소 운영 |
대한법률구조공단 | 성범죄 피해자 대상 무료 법률 상담 및 소송 대리 지원 | 국번없이 132 |
곧 출판될 예정인 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의 저작물로서, 일체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합니다. 인용시 “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 성범죄 법률/용어 해설집, url : https://성범죄로펌.com/~ , 날짜” 양식을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작권 침해 사례를 copyright@lawlsh.com 으로 제보해 주시면,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하오니, 많은 협조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